천재 감독 팀버튼, 내밀한 속내 까발리기
천재 감독 팀버튼, 내밀한 속내 까발리기
  • 북데일리
  • 승인 2007.12.0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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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헐리웃의 천재 감독 팀 버튼의 20년 영화 인생의 속살이 드러났다. 인터뷰 집 <고딕의 영상시인 팀버튼>(마음산책. 2007)이 국내 첫 번역 된 것. 1985년부터 2005년까지 다뤄진 14편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팀 버튼은 <가위손> <크리스마스 악몽> <유령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알려진 재주꾼. 컬트 감독 혹은 악동으로 불릴 정도로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책은 디즈니 애니메이터 출신인 그가 헐리웃에 입성해 흥행 감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채집한다. 팀버튼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 흥미로운 몇 대목을 발췌하면 이렇다.

Q) <가위손>의 에드워드 역을 놓고 톰 크루즈와 몇 시간 동안 토론을 하신 걸로 압니다. 톰 크루즈는 인물이 너무 무기력해 보인다고, 말하자면 특징이 없어 보인다고 걱정했다는 데요.

A) (조증 환자처럼 웃음) 별 걱정을 다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방 먹은 기분이었어요. 그런 문제는 생각해본 적도 없으니까요. 에드워드가 마을 남자들과 함께 술집에 가서 어린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장면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자들과 잔다든지 미식축구를 보는 장면도 마찬가지죠.

배우들이 겁을 먹게 되는 시점이 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적으로 이해하려는 욕심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런 배우에겐 역을 맡길 수 없습니다. 해치고 나갈 수 있는 배우랑 일을 해야죠. “좋아요 한번 해보죠 뭐” 이런 자세로 임할 때 재미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Q) 다른 감독들과 달리 개성이 강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 유명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소위 공인이 된다는 것에도 적응이 필요한데요. 거기에도 다양한 층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거리에서 누가 저를 알아보고 제 영화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 말을 해주면 정말 기분이 좋죠. 한편, 누군가 저한테 와서 대본을 한번 봐달라고 할 때도 있는데요. 그럴 때 마다 저는 “저기요 왜 저한테 보여주시려고 하죠? 평론가들 글 안 읽어보셨어요? 다들 제 영화 대본이 엉망이라고들 하잖아요”라고 말해줍니다.

감독이 되기 전에는 쇼핑몰 같은 곳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리곤 했는데, 이제 그런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겠죠. 완전히 뒤바뀌었어요. 이젠 제가 관찰을 당하는 입장이고. 지금 이런 인터뷰를 한 다음 저녁을 먹으러 가면 완전히 진이 빠져버리죠. 사람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인터뷰 집의 전반. 팀 버튼은 다소 방어적이고 신경질 적인 모습을 보인다. 예컨대 “다른 사람들이 제 영화를 보는게 무섭습니다. 항상 싫었죠. 뭐랄까. 제가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라고 답하기도 한다.

그러나 후반부는 다르다. 정신과 치료 경험, 어린 시절, 연애 등 사적인 질문에 세심히 답하는 등 ‘인간 팀버튼’ 내보이는 진지한 자세를 취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그의 작품 관은 물론 상처받기 쉬운 자아를 가진 팀 버튼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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