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이 만들면 책 표지도 다르다?
낸시랭이 만들면 책 표지도 다르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12.0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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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책 <장미와 찔레>(IWELL. 2007)는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개인적으로 보면 표지와 제목, 그리고 글씨체가 유독 시선을 끌었다. 좋은 내용의 많은 책들이 큰 빛을 보지 못하고, 겉만 화려한 책에 밀리는 경우가 많음을 생각할 때, 내용 못지않게 겉포장이나 마케팅도 중요함을 간과할 순 없다.

물론 책을 출판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면 모르겠지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저자의 메시지를 알리고 싶고, 공유하고 싶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어 금전적인 면에서도 내용만큼의 보상을 원한다면 잠재적인 독자에게 책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양장표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좋은 내용이더라도 책을 읽다보면 쉽게 구겨지거나 책장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던 책들이 종종 있었다. 표지가 양장으로 되었다면, 묵직한 그 느낌도 좋지만, 소중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장을 보호한다는 면도 있고, 오래도록 보관할 때도 처음의 그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양장표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격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그것을 볼 사람은 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가격이 부담되는 독자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면 된다. 그래서 두꺼운 양장표지의 책을 만나면 일단 첫느낌이 좋다.

이 책도 양장표지다. 표지 디자인이 시선을 끌었다. 전에 낸시랭의 인간극장할 때 언뜻 본 그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비슷한 게 아니라 낸시랭의 디자인이었다. 배경자체도 세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붉은 배경은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상상력을 좀더 발휘한다면 장미의 붉은 빛깔을 내세움으로써 장미와 찔레 중 장미의 삶에 그 무게를 둔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소녀의 얼굴과 로봇의 몸, 그리고 전혀 다른 형태의 다리. 이것은 아마도 이 책의 내용과 어느 정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디자인을 표지로 한 것 같다. 소녀의 얼굴은 주인공인 미주이고 그녀에게는 두 가지 삶의 방향이 있다. 그것은 장미와 찔레의 삶이다. 그 선택에 따라 비슷한 출발점이지만 점차 전혀 다른 삶의 양상을 펼치게 되는데, 새우와 액세서리처럼 보이는 양 다리가 전혀 다른 삶의 방향의 갈림길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심심하고 밋밋한 제목의 자기계발서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제목이 많이 나와서 제목만으로 시선을 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뭔가 강한 열정과 끈기, 노력 등의 단어가 어울릴 듯 한 자기계발서에 꽃 이름이 제목으로 나온 경우는 더욱 특이해 보인다. 제목 형식은 밋밋하지만, 꽃 이름 두 종류를 제목으로 내세운 것은 특색 있어 보인다.

그 동안 많은 책들을 접했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일반적으로 명조체나 그와 비슷한 종류의 글씨체가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정확한 글씨체 종류는 모르겠지만, 굴림체이거나 그것과 가까운 형태의 글씨체를 사용했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글씨체도 굴림체이다. 굴림체가 비교적 큼직하고 읽기가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형태로 나온 내용에서 굴림체를 만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글씨체의 영향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책보다 읽기가 더 수월했다. 별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의도했던 아니든, ‘책은 명조체를 사용한다’는 하나의 고정관념(?)를 탈피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글씨체가 읽기 편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눈에 띄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미주는 대학 졸업 후 반년 이상의 지옥과도 같은 취업난을 몸으로 부딪치며 좌절하다가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은 작고 조건이 좋지 않은 온라인 교육 회사의 마케팅부에 입사하게 된다. 일단은 취업난을 피해 취업하자는 생각도 있었고, 작은 곳에서 더 빨리 인정받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막상 접한 현실은 달랐다. 업무적인 측면이나 그 외적으로나 실망하게 되고, 회사를 떠나 대학원을 진학하여 좀 더 좋은 선택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학원을 알아보던 중 추천서가 필요하게 되고, 그녀는 대학시절 인상 깊었던 강의를 했던 성 교수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성 교수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처음의 목적은 추천서를 받는 것이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삶의 조언을 듣게 된다. 성 교수는 컴퓨터 모니터 바탕화면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두 송이의 다른 종류의 꽃이 커다랗게 그려진 그림이 있었다. 하나는 누구나 알 법한 붉은 장미였고, 다른 하나는 조금은 생소한 찔레꽃이었다.

저자 성 교수는 그림을 보며 말한다. “찔레꽃은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꾸준히 작은 망울들을 터트리는데, 반면 장미꽃은 어느 한 철 짧은 기간에 크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거야. ~ 처음에는 찔레꽃의 작은 망울들이 부러울 수도 있지만, 세월이 지나면 그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되는 게 장미지.”

그리고 두 꽃을 인생에 대비해 말한다. “나는 인생에도 이렇게 장미꽃과 찔레꽃 두 가지 종류의 길이 있다고 생각해. 일찍 빛을 보고 별 어려움 없이 무난하게 사는 찔레꽃과 같은 인생이 있는가 하면, 낮은 위치에서 시작해서 오랜 기간 인내의 시간을 거치다 나중에 비로소 화려한 꽃을 피우는 장미꽃과 같은 인생이 있는 거지. 둘 중 어떤 인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자기가 감내해야 하는 삶의 과정이 달라지게 되는 거야.”

다른 두 종류의 꽃으로 인생의 길을 비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이미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지만, 그렇게 와 닿지 않았던 삶의 방향을 가슴 깊이 되새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장미의 삶이 사업가나 보다 고도의 전문적인 삶을 말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포함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문적이라 할 수 있는 의사, 변호사 같은 직종을 찔레꽃의 삶으로 표현했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을 본다면 이 책이 메시지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도 있고, 공감도 간다.

크게는 장미와 찔레의 삶의 길이 있지만, 또한 장미형 찔레의 삶도 있을 수 있고, 찔레형 장미의 삶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특정한 직업이나 분야에 따라 장미와 찔레의 삶이 결정된 다기 보다는 어느 곳, 어느 분야든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다. 전문직 중에서도 일정 수준이 보장된 자기 삶에서 더 나아가 또 다른 배움과 성장을 계속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일반 회사 생활을 오랫동안 하더라도 발전 없이 그저 오래 버티는 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미와 찔레의 삶에 대한 메시지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진정 내가 있는 곳이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인지, 다른 사람들의 흐름에 따른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자신의 위치를 알고, 나아갈 방향을 안다면 지금의 위치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간이 갈수록 목표에 따라 성장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하는 길이 아니고 썩 내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많은 사람들이 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정한 행렬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마치 화분둘레 위를 빙빙 도는 개미(?)와 같다.

개미는 앞의 개미를 따라 계속 돈다.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다. 그러다 지쳐 죽는 것이다. 다른 예로 절벽으로 떨어져 죽는 레밍의 무리도 마찬가지다.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내가 현재 처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이고, 그것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묵묵히 열심히 나아가도 늦지 않은 것이다. 남들보다 한 두 걸음, 심지어 백 걸음, 만 걸음 뒤쳐져도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은 장미와 찔레라는 매력적인 꽃으로 우리의 삶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 부분을 보면 어쩌면 저자 중 한 명인 김성민은, 성 교수를 만나 인생의 조언을 듣는 미주와 비슷한 입장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성 교수는 또 다른 저자인 조동성 교수인 것 같다. 저자인 김성민은 장미와 찔레 삶의 기로에서 조동성 교수의 조언에 힘입어 출판사를 창업하는 장미의 삶을 몸소 선택하고, 그 첫 작품으로 이 책을 낸 듯 보인다. 보건대 첫 작품 치고는 꽤 괜찮았다.

자신의 경험이 담긴데다, 조동성 교수의 폭넓은 통찰력이 어우러져 삶의 기로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장미와 찔레!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삶을 원하는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송준일 시민기자 blue00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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