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된장남의 명품브랜드 결별기
어느 된장남의 명품브랜드 결별기
  • 북데일리
  • 승인 2007.11.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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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된장녀라는 말의 정확한 뜻은 ‘외국 고급 명품이나 문화를 좇아 허영심이 가득찬 삶으로 일관하여 한국 여성의 정체성을 잃은 여자’라고 한다. 지난해 책과 영화로 큰 인기를 모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문학동네. 2006)만 봐도 그렇다. 뉴욕의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의 전형적인 모습을 ‘프라다’라는 명품 브랜드로 대변하고 있지 않은가.

“난 된장녀가 아니야”, “난 명품 따윈 관심없어”라고 외치는 사람이라고 해도 브랜드 제품 없는 삶을 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스타벅스 커피와 에비앙 생수, 루이비통 지갑과 리바이스 청바지, 나이키 운동화에 말보로 담배... 우리는 수없이 많은 브랜드 제품의 지배를 당하고 있다.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미래의창. 2007)는 스스로 명품 중독자라고 고백할 정도로 브랜드 문화를 맹종하던 영국의 된장남 닐 부어맨이 ‘브랜드 제품 없는 삶’을 선언하며 분투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닐 부어맨은 2006년 3월 10일 화장실 좌변기 수조 뚜껑 위에 올려져있던 <사물을 보는 시각(Ways Of Seeing)>이라는 책을 통해 엄청난 각성을 순간을 맞이했다. 그리고 결심한다.

“나는 예전에 술을 끊었던 것처럼 브랜드를 끊을 거야.”

그리고 그의 확고한 신념을 알리기 위해 그해 9월 17일 런던 도심의 한 광장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브랜드 제품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이 광경은 BBC TV를 비롯한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보도되어 일반 대중의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본문은 브랜드 화형식 이전에 그가 어떻게 생활했는가를 시작으로 카운트다운 186일간의 이야기, 브랜드 화형식 당일 날의 모습, 브랜드 화형식 이후의 삶을 닐 부어맨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매일 매일을 공개한 내용을 묶었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닐 부어맨은 브랜드 제품들의 허상을 다음과 같이 신랄하게 꼬집었다.

허상 : 브랜드의 품질 - 우리가 브랜드 제품에 기대하는 품질이 그 실제 품질과 반드시 상응하는 것이 아니다. 고급 제품을 만든다고 알려진 브랜드 중 상당수가 그보다 더 낮은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와 동일한 설비와 기술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한다.

진실 : 루이비통 제품은 실상 푸마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허상 : 브랜드 과학 - 제품에 부가가치를 더해준다는 과학적 성과가 공인기관에 의해 검증된 경우는 드물다.

진실 : 질레트 마하3 면도기의 5중 면도날이 여느 1단 면도날보다 더 피부에 밀착된다거나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바 없다.

허상 : 브랜드 개성 -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들에서 개성을 찾는다는 것은 모순이다. 그러한 제품들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진실 : 영국의 록밴드 U2의 새앨범을 담아 한정판으로 출시한 ‘U2 아이팟’은 전세계 71개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 책은 브랜드에 대한 찬반양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브랜드 제품에 열광하며 실용성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중시하는 현대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과거에 산 수많은 브랜드 상품들, 오늘 아침에 마친 브랜드 커피 한 잔, 앞으로 구매할 예정인 각종 명품들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홍무진 기자 fila90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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