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중반 싱글녀, 외로워서 현대미술
서른 중반 싱글녀, 외로워서 현대미술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04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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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 미술> 권란 지음 | 팜파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신간 <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 미술>(팜파스. 2016)은 서른 중반 싱글녀의 현대 미술 에세이다. 그녀는 지금 ‘오춘기’를 맞아 하루에도 수십 번 좌절을 맛보고 있다. 마음은 허하고 외롭다. 그 마음을 현대 미술 작품에 투영했다.

저자는 SBS 전직 문화부 기자로 전시 보러 다니는 게 취미다. 하지만 그녀는 자백(?)한다.

“미술에 대한 지식, 없다. 대학 때... 미술 교양 수업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인상주의, 실존주의, 초현실주의… 미술사 용어도 들어나 봤지, 시대 순으로 읊으라면 입도 벙긋 못한다. 미술사의 기본 중 기본이라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도 정독해본 적이 없다.” (213쪽)

어디 그뿐인가. 어떤 그림이 잘 그린 건지 세간이나 평론가들이 왜 훌륭한 작품이라고 하는지 날카롭게 분석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눈도 없다.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지 알 리가 없다. 그림 솜씨는 더더군다나 없다. 그냥 그림을 보는 것 자체가 좋을 뿐이다.

어느 날 그녀는 비명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악몽보다 더 끔찍한 일을 당한 것. 부스스한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흰머리’ 때문이다. 새치가 날 정도로 늙었다는 생각에 서글퍼서 눈물이 핑 돈다.

이어 그녀는 이세경 작가의 ‘리콜렉션Recollection'이라는 작품을 소개한다. 이 작가는 ‘머리카락 작가’다.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모아 그걸 재료로 작업한다. 머리카락으로 자기에 무늬를 새기고 그림을 그리고, 카펫을 짠다. 너무나 정교해서 끝이 뾰족한 펜으로 그린 세밀화로 착각할 정도다.

이 작가는 어렸을 때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고 어머니께 꾸중을 들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의 명예를 되살려주기 위해 머리카락으로 작품을 만든다. 머리카락은 사오기도 하고 기증을 받는다. 그렇게 모은 머리카락과 그에 얽힌 사연으로 완성한 작품이 ‘리콜렉션’ 이었던 것.

이 책의 저자는 미술에 대한 비전문가라서 일반인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비어와 속어가 뒤섞인 그녀의 글도 유쾌하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본다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 공감이 간다. 현대 미술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아니 그냥 젊은 여성의 에세이로 읽어도 무방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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