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죽음을 부탁해' 가족과 함께 하는 이별준비
'엄마의 죽음을 부탁해' 가족과 함께 하는 이별준비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2.04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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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14일> 리사 고이치 지음 | 김미란 옮김 | 가나출판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만약 엄마와 함께 할 시간이 14일밖에 남지 않았다면 당신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텐가. 고통과 슬픔 때문에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는 없겠지만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더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덤덤히 '이별' 준비하는 가족의 모습은 어떨까.

신간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14일>(가나출판사. 2016)에서는 엄마와의 이별을 평화롭게 맞이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책의 저자 ‘리사’는 2011년 12월 부모님과 함께 긴 주말을 보내기 위해 고향을 찾는다. 그녀는 오십대 커리어 우먼이다. 신장투석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엄마가 어느 날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투석 끝냈다. 이제는 안 하고 싶어. 그냥 가게 해다오. 가고 싶어.”.

엄마가 진저리난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갈란다. 그냥 가게 해다오.’ 엄마는 지금 죽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엄.마.가.죽.으.려.고.한.다.” (32쪽)

이 치료 없이 엄마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겨우 14일이다. 저자는 휴가를 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를 보살피는 역할을 한다. 서류 정리와 유품 정리, 장례식 준비 등 엄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곧 닥칠 '엄마의 부재'에 대한 슬픔은 시시각각으로 다가온다.

“문득 깨달았다. 이제 나는 다시는 엄마가 만든 폴렌타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중략) 그 생각에 배속이 퍽 하고 뭔가에 맞은 듯한 느낌이 들면서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울음을 삼켰다. 엄마는 두 번 다시 나를 위해 요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한다.

세상에, 이제 더 이상 엄마가 여기에 없구나 하는 현실이 와 닿자 불현듯 고아가 되어 길을 잃은 기분에 빠졌다. (중략) 맙소사! 엄마가 죽는구나. 엄마 없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164쪽)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에 엄마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 세상으로 떠난다. 저자는 “14일은 축복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 시간은 당연하게 받아왔던 엄마의 사랑을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엄마의 인생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슬픈 순간들도 있었지만 재미있고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았다" 며 사람들이 엄마를 그런 모습으로 기억해주길 바랬다.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적이 있는 이들에게는 후회와 눈물을 쏟게 한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것인가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기도 한다. 쉽게 읽히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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