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가든`-하찮고 사소한, 여분의 것들
`홀리가든`-하찮고 사소한, 여분의 것들
  • 북데일리
  • 승인 2007.11.28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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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인간은 자신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또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양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멋진 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하더라도 그 내면에 자리 잡은 상처의 흔적들은 마치 못 친 자국처럼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상처의 흔적들은 또 다른 상처가 왔을 때 그것을 이기게 하는 면역력도 주지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대인관계에 있어 소극적인 자세로 살아가게도 한다. 그러고 보면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지만 어떤 자세로 이것을 소화해 내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상처 중, 사랑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공통분모가 아닐까? 에쿠니 가오리는 <홀리가든>(소담출판사. 2007)을 통해 이 공통분모에 들어갈 새로운 유형을 독자에게 보여주려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 두 사람의 이름이 가슴에 새겨지는데 바로‘가호’와 ‘시즈에’다. 이 둘의 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사소한 일들 속에서 독자는 마치 숨어서 이들을 추적하는 비밀 탐정이 되어 잔잔한 호기심으로 지켜보게 된다. 줄거리는 이렇다.

5년 전의 상처를 잊지 못해 헤어진 유부남 ‘쓰쿠이’와의 추억 속에 갇혀 살아가는 ‘가호’는 더 이상의 연애를 거부하면서 정신적인 교감 없는 주변의 남자(유부남, 어린 대학생)들과 잠자리만을 가진다.

반면 ‘시즈에’는 세 번째 남자인 신칸센으로 4시간 거리에 떨어져 사는 유부남 ‘세리자와’와의 가슴 벅찬 사랑 속에 빠져 있고 첫 번째, 두 번째 애인과는 정신적인 친구로 교제하고 있다. 이런 사랑의 역학을 보면 이건 사랑이 아니라 ‘불륜’을 다룬 이야기로 치부해 버려도 좋겠지만 작가는 그런 관계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그 속에서 엮여있는 사랑 관계에 현미경을 대고 독자와 함께 뭔가를 찾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서로가 다른 사랑관계와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불편해 하면서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또 다른 영역의 사랑관계에 있는 이 두 사람의 묘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짐작을 하려하면 또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독자로 하여금 계속적으로 결론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

잔잔하지만 강한 여운만을 남긴 채 끝나는 이 책은 ‘진정한 사랑’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진정한 사랑은 그 관계의 옳고 그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두 사람만이 아는 비밀이기에 쉽게 판단하고 결론 짖지 말아달라는 작가의 작은 외침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무겁거나 심각한 것도 아니다. 이모인 ‘가호’처럼 멋진 안경을 쓰고 싶어서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해가면서 결국 도수 없는 안경을 쓰게 되는 조카 ‘쿄코’, 어느 직장에나 꼭 있을 법한 악역을 감당하고 있는 ‘가호’의 직장 상사‘코끼리 다리’, 그리고 ‘가호’에 대한 부정적인 부분도 다 포용하면서 그의 순수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기사도 사랑을 가진 청년 ‘나카노’는 이 책에 청량감을 주는 감미료와 같은 역할을 톡톡히 감당하고 있다.

작가의 후기부분은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또 다른 관점으로 책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 이 책을 읽으려는 독자는 다음과 같은 작가후기부터 읽고 나서 책장을 펼치길 권한다.

“옛날부터 어째서인지 여분의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죠.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을 때, 그 사람의 이름이나 나이, 직업이 아니라 그 사람은 아침에 뭘 먹을까, 어떤 칫솔을 사용할까, 어렸을 때 과학과 사회 중에서 어떤 과목을 더 잘했을까, 찻집에서 커피를 주문할까 호차를 주문할까, 또는 어느 쪽을 더 많이 주문할까, 그런 것들에 더 관심을 쏟습니다. 여분의 것, 하찮은 것,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그런 것들로만 구성된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백승협 시민기자] herius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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