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랑하세요? `머스터드 샤베트`
정말, 사랑하세요? `머스터드 샤베트`
  • 북데일리
  • 승인 2005.10.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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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산을 젖히듯 달려들고 무심히 팔자 좋게 술 한 잔 떠올리는 궁핍한 청춘아... 멍한 틈 사이사이로 정신없이 빠져나가는 하루의 끝자락마저 보내놓고 한숨으로 저녁 짓는 박약한 청춘아.. 비도 멎고 바람도 쉬고 술도 깨었는데 길게 남아 찰나로 마주한 인생의 맞담배 꼬나무는 청춘아..."

10월 30일까지 씨어터일에서 앵콜공연 중인 연극 ‘춘천 거기’의 극중 대사는 사랑에 나약하기만 한 청춘을 측은한 시선으로 위무한다.

오랜 시간 사랑했지만 여전히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없는 커플, 서로의 과거를 잊지 못해 괴로운 커플, 이제 막 사랑에 빠져 세상이 온통 하트 빛으로 보이는 커플 등 다양한 커플들의 연애과정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사랑과 이별을 조명하는 연극 `춘천 거기`.

연출자 김한길씨는 인터뷰를 통해 "관객들이 아마 거울을 보시는 것 같은 느낌의 자신이 겪었던 사랑, 진행 중인 사랑, 그런 본인의 모습을 만나는 것 같다" 라고 말한다.

‘춘천 거기’ 20대 청춘남녀 30명과 만난 인터뷰를 기록한 <버릴 수도 먹을 수도 없는 추억, 머스터드 샤베트>(틈. 2005)는 독자에게 거울처럼 다가오는 책이다. 책은 20대 청춘남녀 30명의 이별 보고서를 담는다.

30편의 인터뷰 중 추려진 18편에 녹아든 사랑에 대한 갖가지 소묘는 이루어지지 못함에 대한 원망이 아닌 보다 잘해주지 못했음에 대한 미안함과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책에 실린 각각의 러브스토리는 ‘설레임과 후회’라는 20대 청춘의 키워드를 공유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경계와, <클로저>의 불균형과, 문자메시지, 사진, 여행지, 대학시절이라는 공통의 시공간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나약함과 불완전함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서글프다.

‘나의 수면, 사람의 얼굴을 잊는 일’, ‘몇 년, 한사람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의 감성적인 챕터명은 감각적인 책표지, 20대 청춘의 사랑과 이별의 공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취업을 하지 못해 여자친구에게 용돈을 받아쓰며 지내던 자신의 생활 앞에서 결국, 자신이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남자는 여자친구의 전화를 점점 멀리하고 문자메시지의 답신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생긴 것 같다고 되묻는 여자친구의 울음 앞에서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는 남자에게 남은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함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사랑의 지문이다.

<버릴 수도 먹을 수도 없는 추억 머스터드 샤베트>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사랑을 뜻하는 샤베트의 달콤함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금새 녹아내리지만, 이별을 뜻하는 진흙의 질퍽함은 쉽사리 씻겨 내려가지 않고 몸의 구석구석에 잔재한다.

당신의 사랑과 이별을 누군가 몰래 훔쳐보는 듯, 책을 읽다 보면 아찔한 현기증과 슬픔의 울렁증이 느껴질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사진 = 연극 ‘춘천거기’ 자료사진)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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