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소음마저 반가우셨던 것이다
어머니는 소음마저 반가우셨던 것이다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2.02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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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명문장] <나는 어머니와 산다> 한기호 지음ㅣ 어른의 시간

[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시끌벅적한 시장에서 나는 소리, 쌩쌩 달리는 차 소리, 거실의 티비 소리, 주루룩주루룩 처마 밑에 빗물 소리, 윙윙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타닥타닥 자판기 두드리는 소리, 띵동띵동 초인종 누르는 소리......우리는 하루도 소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나는 어머니와 산다>(어른의 시간.2015)는 한기호 출판평론가가 치매 초기의 어머니를 모시며 쓴 6년 간의 중년남성의 일상을 담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담백하고 솔직한 글 속에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아파트 위층에서 이사를 가는지 지게차 소리가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베란다 창문을 닫아 버렸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답답하다며 창문을 열어놓으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하루 종일 집에만 계시는 어머니는 지게차에 물건을 오르내리는 소음마저 반가우셨던 것이다.”-(128쪽)

외로운 어머니의 마음과 어머니를 이해하는 아들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진다. 시끄러운 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소음이 아닌 생명력이 넘치는 소리일 수도 있다. 소리를 어떻게 듣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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