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빛깔 떡` 구수한 냄새
`열두 빛깔 떡` 구수한 냄새
  • 북데일리
  • 승인 2007.11.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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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송편과 추석은 바늘과 실 같습니다. 너무나 자연스레 떠오르잖아요. 그럼 큰 송편은 어떤가요? 연상되는 것이 있나요? 송편과 큰 송편이 어떻게 다르냐고요? 저런, 아직 모르고 계셨군요.

큰 송편은 멥쌀가루를 익반죽하여 보통 송편보다 크게 빚는 송편을 말합니다. 네 손가락으로 꾹 눌러 손자국으로 모양을 내곤하죠. 그런데 사실 맛에는 크게 차이가 없답니다. 말 그대로 크게 빚은 송편을 말하는 거니까요. 헌데 왜 굳이 큰 송편이라 이름을 붙였을까요? 큰만두, 큰 인절미라는 말은 없는데 말이죠.

그 유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음력 2월 1일은 머슴날 또는 노비일이라 합니다. 한 해 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일꾼들을 배불리 먹이고 마음껏 놀게 하여 기운을 북돋워 주는 날이죠. 이 날 농가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세웠던 볏가릿대에서 벼이삭을 내려 송편을 빚습니다. 그리고 일꾼들에게 나이 수대로 나눠 주었다고 합니다.

바로 이 날 먹는 송편을 큰 송편 또는 노비송편이라고 한답니다. 큰 것은 주먹만 하게, 작은 것은 달걀 만하게 빚었다고 해요.

송편이 수확의 기쁨을 나누기 위한 상징이라면, 큰 송편은 풍작을 기원하기 위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죠.

우리 속담에 ‘밥 위에 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일에 더 좋은 일이 겹칠 때 쓰는 말이죠. 밥만 줘도 좋은데 떡까지 얹어주니 얼마나 흥이 나겠어요? 우리 조상들은 떡을 얼마나 귀히 여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기쁜 일이나 슬픈 일에나 빠지지 않았던 떡. <에헤야데야 떡타령>(2007. 보림)에는 열두 달 열두 가지 떡에 대한 구수한 이야기를 담아놓았습니다. 의식주, 신화와 신앙, 의례와 풍속, 예술과 놀이 등 우리민족이 오랜 세월 가꿔온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아낸 솔거나라 시리즈 중 한 편이랍니다.

“떡이오 떡이오 맛난 떡이오~”라는 한 자락만 읊으면 어린아이들도 어깨가 들썩일만한 흥겨운 가락으로 되어있지요.

1월 떡국을 시작으로 2월의 큰 송편, 3월의 진달래화전, 4월의 느티떡, 5월의 수리취떡, 6월의 떡수단을 지나 7월의 밀전병, 8월의 송편, 9월의 국화전, 10월의 팥시루떡, 11월의 팥죽, 12월의 골무떡까지. 말랑말랑하고 쫄깃쫄깃한 떡 이야기를 훑다 보면 향긋한 냄새,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빛깔, 고소한 맛, 반복되는 장단이 어우러져 어느 새 오감의 향취에 젖어들게 됩니다.

꾸덕꾸덕, 도리납작, 매끈매끈, 야들야들, 탱글탱글, 노릇노릇 등 떡을 표현하는 다양한 표현은 우리의 책에서만 낼 수 있는 글맛이 그대로 배어나게 합니다.

나눠먹는 인정 떡, 소원 비는 소망 떡, 조상님께 감사 떡, 기쁜 일에 축하 떡. 의미도 가지가지죠? 폭폭 지지는 떡, 조물조물 빚는 떡, 치직 지지는 떡, 철퍽철퍽 치는 떡. 떡 만드는 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떡보다 빵이 익숙한 세대입니다. 떡 가게 찾기가 빵 가게 찾기보다 어렵기도 하구요. 파는 곳이 적어 찾는 이가 적은 것인지, 아니면 찾는 이가 적어 파는 곳이 줄어든 것인지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떡이 낯 설은 것처럼 떡 이야기를 늘어놓는 우리의 책 또한 생경한 아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읽어 내리면 괜히 흥겨운 이 느낌은 뭘까요? 아무래도 떡을 귀히 여기던 조상의 피가 우리에게 따뜻이 흐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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