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표` 여교사 여섯명과 장애아 이야기
`천사표` 여교사 여섯명과 장애아 이야기
  • 북데일리
  • 승인 2005.10.1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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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태희와 최수종은 지난달 한 공립 정신지체 특수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명예검사로 위촉된 이들은 김종빈 검찰총장과 함께 일일 교사로 활동, 자폐아 감각 치료 수업에 참여하며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들의 학교 방문을 환영하며 특수학교 학생들이 `도레미 송`을 실로폰으로 연주해주기도 했는데, 이 모습을 지켜 본 최수종씨가 남긴 인사말이 있다.

“나쁜 사람들을 이곳으로 보내서 여러분들의 맑고 밝은 모습을 배우게 해야 할 것 같다.”

유명 탤런트의 방문으로 ‘반짝’ 화제가 된 이곳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정문학교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난곡’에 자리한 특수학교로 다운증후군과 자폐 등 정신지체 학생 250명이 장애 재활교육을 받고 있다.

최근 정문학교 여섯 명의 교사들이 아주 특별한 교단일기를 펴냈다. 글만큼 아름다운 사진이 가득한 에세이 <조금 느려도 괜찮아>(이레. 2005)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지지고 볶아대는’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김길옥, 박로사, 백진희, 이수정, 이화정, 조성연 등 특수교사 여섯 명이 만든 사진동호회, 교육연구, 식도락, 수다방 모임인 ‘아이빛 그림’은 ‘아이들의 빛을 그려낸다’는 뜻. 2003년 정문학교에서 만난 이들 특수교사들은 아이와 사진이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지난 3년간 특수학교의 일상과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

아이빛그림 선생님들은 “학습 자료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사진 찍기였지만 아이들의 몸짓, 손짓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사랑스러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더 없는 호기심을 담아 반짝이는 눈으로 생기 있게 웃는 이 아이들도 무언가를 하고 있음을, 우리와 함께 오늘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책에는 특수학교 교사들의 고민과 장애 아동의 일상이 솔직하게 담겨있다.

‘왜 친구를 도와주면 안 되나요?’라고 되묻는 승호군. 예쁜 승은이가 혼자서 걷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자꾸 도와주려 하자, 선생님들은 “혼자 걷게 놔둬라!”고 하기 일쑤. 친구 사이에 서로 돕는 일이 당연하겠지만 이곳 선생님들은 “도와주지 마라!”라고 승호에게 당부하니 어린 아이는 아리송하다.

어느날, 야외 학습을 나간 아이들. 선생님 앞에 한 아이가 꽃 한 송이를 내밀며 “선물!”이라고 말하자 선생님은 난감하다. 자연보호를 가르쳐야 할 본분을 생각하면 당장 꾸지람을 해야 할 터이지만, 이곳 선생님들의 생각은 다르다. ‘꽃 한 송이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것이 꽃 한 송이를 보호할 줄 아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이라 믿기에 눈감아준다.

자폐 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이 배로 힘든 일임을 특수학교 선생님들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린 제자들이 다가와 다정한 눈빛을 보여줄 때, 달려와 볼에 뽀뽀해줄 때 더없이 행복할 수밖에 없단다. 달팽이처럼 느린 아이들이지만 선생님들은 늘 아이들에게 눈빛으로, 마음으로 나직히 속삭인다. “그래, 조금 느려도 괜찮아.”

아이빛그림 특수교사들은 “사진 속의 아이들이 밝게 웃고 행복해야 할 곳은 특수학교라는 울타리 안이 아니라 바로 이웃들과 함께 섞일 수 있는 ‘진짜 세상’이라며 지하철에서, 버스 안에서, 슈퍼에서, 학교 교실에서 이 아이들과 같은 장애인을 만날 때 ‘저 사람이 저기에 있구나’라며 자연스럽게 지나칠 수 있는 사회로 조금씩 변해가는 데에 아주 작은 걸음을 보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진 = 도서출판 이레 제공) [파이뉴스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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