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 "못 읽은 책 보면 밀린 숙제 안은 느낌"
[오늘은이책] "못 읽은 책 보면 밀린 숙제 안은 느낌"
  • 북데일리
  • 승인 2007.11.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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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좋은 실업자나 되면 그때는 꼭 읽어야죠.”

[북데일리] 서경대 철학과 반성택 교수는 요즘 쌓여가는 책만 보면 심란하다. 소유하는 책의 수가 읽는 양 보다 더 빨리 늘어서다. 보통 한 달에 7~8권 정도를 읽지만, 책장에는 여전히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책들이 많다.

“밀린 숙제를 보는 기분이에요. ‘언젠가는 꼭 해야지‘하는 다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몇 년 전 작은 가방을 하나 산 게 화근이었다. 반 교수는 책을 넣고 다니며 지하철에서까지 독서에 심취했다. 처음에는 손에 책을 들고 다니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오랜 기간 그렇게 책을 봤더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시력이 나빠졌다. 특히 지난여름 내내 철학아카데미 강의를 하러 다니면서 특히 심해졌다. 결국 지금은 ‘지하철 독서‘는 자제하고 잠자기 전에만 보려고 노력한다. 독서광인 그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독서는 자유 그 자체입니다. 어떤 책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읽을지 모두 자기 뜻대로 결정할 수 있잖아요. 내용 이해도 스스로 해야 하고요.”

반 교수가 책 읽기에 열중하는 이유다. 독서야 말로 자유를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

때문에 종종 누군가에게 책 추천을 의뢰받으면 곤란함을 먼저 느낀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행위에 자신이 개입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늘 “독서로 얻는 성과가 크려면 무슨 책을 읽을지 혼자 힘으로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은 몇 권 있다. 먼저 <거꾸로 읽는 세계사>(푸른나무. 2004)가 그렇다. 그는 이 책을 “종합 교양서”라 부르며, “우리가 지금까지 배웠던 파편화되고 서로 엮이지 않던 정보와 지식이 꿰어 맞춰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요즘 들어 즐겨본다는 ‘인문 스타일의 여행서’ 중 <이탈리안 조이>(넥서스북스. 2006)도 권할 만한 책. 읽는 내내 “딱 1년만이라도 그곳에서 살아봐야 겠다”는 꿈을 꿨다고.

만약 철학 입문서를 찾는 다면 요슈타인 가이더의 <소피의 세계>(현암사. 2000)가 좋다. 쉽게 읽을 수 있고 철학이 무엇인지 편하게 느낄 수 있어서다.

반 교수는 최근 <아고라에서 광화문까지>(아름나무. 2007)를 펴냈다. 이는 “인문학은 세상에 들어와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반영한 대중적인 사회비평서다.

“앞으로도 인문학이 대중과 소통하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해볼 생각입니다.”

철학과 함께 한지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가 부쩍 하는 생각이다. 아직은 전문적인 분야의 작업 계획이 더 많지만 차츰차츰 폭을 넓힐 예정이다. 높은 교단이 아닌 일반의 눈높이에서 활약할 반 교수의 모습이 기대된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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