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 낭독회] 작가의 몸짓 하나에 탄성... 환호...
[조경란 낭독회] 작가의 몸짓 하나에 탄성... 환호...
  • 북데일리
  • 승인 2007.11.14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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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소설 <혀> 출간한 조경란 작가 낭독회 현장 스케치, 행사 주최 : 알라딘, 문학동네 -

[북데일리]계단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리 카페가 그처럼 비좁아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대부분이 조경란 작가의 팬이었다. 6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혀>에 대한 기대치는 매우 컸다. 신곡을 발표하는 가수의 콘서트 장 못지않은 열기였다.

오프닝은 ‘맘마미아’ 등으로 유명한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맡았다. 아바의 ‘I have a dream’을 열창하는 그녀의 음성은 그야 말로 해맑았다. 입담 또한 수준급이었다. 배해선은 조경란을 `문학계의 이효리’라고 소개했다. 사석에서는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지만 공식행사이니 만큼 ‘작가님’이라고 부르겠다며 애교 섞인 멘트를 날렸다.

곧 이어 조경란 작가가 등장했다. 행사장 곳곳에 붙여진 포스터 이미지처럼 청순한 이미지였다. 흰색 니트 원피스와 롱부츠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무대체질인 내가 왜 이렇게 떠는지 모르겠다”며 환히 웃는 미소가 목련처럼 탐스러웠다.

조경란은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털어 놓았다. 몸살처럼 앓던 치열한 사랑 이야기, 시작점에 놓인 지금의 사랑도 속삭였다. 20대 초입. 외부 생활을 끊고 독서에만 몰입하던 시절의 이야기까지 털어 놓았다. 그렇게 무려 5년간 책만 읽은 덕에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세 번에 이어진 나긋한 낭독. 한 편의 연극을 방불케 한 생동감 있는 조경란의 목소리가 듣는 이를 들뜨게 만들었다. 편안한 뉴에이지 음악이 깔려 낭독의 묘미를 더했다. 이어 독자와의 대화가 마련됐다. 오랜만에 발표한 신작인 탓에 독자들의 궁금증 또한 매우 컸다.

이날 가장 눈에 띈 독자는 “조경란 작가만 좋아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질투나 미치겠다”고 말문을 연 한 여성이었다. 그녀는 “남자친구는 글뿐만 아니라 조경란 작가의 외모, 스타일까지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옆에 앉은 호남 형 남자친구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었다. 그는 시를 공부하는 국문학도라고 했다. 처음에는 질투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그 스스로가 더 팬이 됐다는 그녀. 참석자들은 이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 밖에도 “독자들이 <혀>를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는가”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인가” “어떻게 하면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는가” “요리를 주된 소재로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등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어 배해선의 열창이 펼쳐졌다. 카펜터스의 ‘Top of the world`가 울려 퍼졌다. 독자들은 흥겨운 박수 환호로 노래에 어울렸다. 카페 구석까지 닿을 듯한 배해선의 청명한 목소리에 ’앵콜 요청‘이 쇄도했다. 그러나 배해선은 고개를 내 저었다. “오늘 만큼은 제가 아닌 조경란 작가님의 날이니까요”라는 겸손한 거절을 내비쳤다.

그리고 조경란 작가의 마지막 낭독이 이어졌다. 삼각관계로 아파하던 여주인공이 사랑했던 남자를 떠나보내는 장면이었다. 객석 구석구석에서 눈물을 훔치는 독자들도 눈에 띄었다. 섬세한 감성으로 사랑의 상실감을 묘파한 조경란의 탁월한 문체가 빛을 발했다.

행사 말미. 영화 ‘Once’의 삽입곡인 ‘Falling Slowly’가 흘러나왔다. 몇몇 독자는 음악에 취해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혀>를 들고 독자들의 줄을 섰다. 새 날이 올 것 같지 같은 아득한 밤이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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