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 이효리` 조경란 낭독회 `열광 소나타`
`문학계 이효리` 조경란 낭독회 `열광 소나타`
  • 북데일리
  • 승인 2007.11.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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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12일 저녁 7시 홍대 이리카페. 빛은 촛불 뿐이었다. 은은한 어둠을 뚫고 소설가 조경란이 나타났다. 객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너무 예뻐요”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흰 색 니트 원피스 차림, 롱부츠 그리고 쉬크한 단발머리. 장편소설 <혀>(문학동네)를 들고 독자 앞에 선 조경란.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문학계의 이효리”라는 사회자 배해선의 찬사가 더해졌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http://www.aladdin.co.kr/)과 출판사 문학동네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는 <혀>의 출간을 기념해 이뤄졌다. 진행은 뮤지컬 배우 배해선이 맡았다. 무대에 오른 조경란은 “수줍게 생겼으나 이래 봬도 무대 체질”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독일 등지에서 쌓은 다년간의 낭독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조경란의 낭독은 연극에 가까웠다. 작가는 주인공들을 제 자식 부르듯 사랑스런 어조로 호명했다. 대사를 읽을 때는 객석 혹은 먼 곳에 시선을 떨어뜨리며 감정에 푹 젖었다.

<혀>는 6년 만에 발표한 조경란의 신작 소설이다. 공백이 길었던 만큼 이날 행사는 작가, 독자 모두에게 의미가 컸다. 특히, 이번 행사는 조경란이 국내에서 갖는 첫 번째 낭독회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했다.

조경란은 <혀>를 ‘럭셔리한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둘러싼 삼각관계 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되짚어 보는 감각적인 로맨스다. 작가는 <혀>를 일컬어 ‘12년 전부터 쓰고 싶었던 소설’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 작가를 기다려 온 독자들은 많은 질문을 쏟아 냈다. “조경란 작가만 읽는 남자친구가 샘나 죽겠다”는 독자부터 “조경란 작가의 전 작품을 읽었다”는 팬, “어떻게 하면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느냐”는 문학도까지 다양한 이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Once’의 음악이 곁들여진 사인회 순간까지, 행사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배해선의 맑은 열창이 독자들의 마지막 발길을 따뜻하게 배웅했다. 다음은 독자와의 대화.

[ 독자와의 대화 ]

질) 시적 문체가 많이 등장하는데, 영향 받은 작가는 없나.

답) 영향 받은 작가를 말하자면 1시간으로도 부족하다. 20살부터 5년간 거의 외부출입을 하지 않고 책만 읽었다. 지금도 책을 많이 읽는다. 책은 아무데나 펼쳐도 나를 먼 곳으로 데려다준다. 여전히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진리를 믿는다. 한 때 50~60권의 시집을 한꺼번에 읽는 습관이 있었다. 시는 한마디로 ‘언어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지금도 글이 잘 안 써진다고 고민해 오는 사람들에게 나는 “시를 읽으라”고 조언한다.

질) 왜 제목을 <혀>로 했나.

답) 사실 ‘혀’라는 제목 앞에 몇 가지 형용사가 붙었다. 친밀한 혀, 뜨거운 혀 등. 그러다 맛 집을 가듯 있는 그대로의 소설 읽기 맛을 우려내고 싶다는 뜻에서 단순하고, 직접 적인 표현인 <혀>를 제목으로 정했다.

질) <식빵 굽는 시간> <국자 이야기>, 요리사가 주인공인 이번 작품 <혀> 등 유독 요리에 관한 작품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답) 한 때 제빵학원에 다녔을 만큼 요리에 관심이 많다.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소설쓰기는 외로운 작업… 함께 할 수 있는 밴드 꿈꿔

질) 지금 연애 중인가

답) 시작할까 말까 갈등 중이다. 돌이켜 보면, 사랑을 가장 열렬히 했을 때 소설 역시 열심히 썼다. 나는 사랑이 끝나면 물속에 침잠한다. 왜 그렇지 않은가? 끝까지 가보지 않은 사랑은 언제나 아픈 자국을 남긴다. <혀>는 33살의 여자 를 통해 정말 벼랑 끝까지 내몬 사랑을 그려보고자 했다. 나의 청춘을 정리한 소설이라고 봐도 좋다.

질) 자전적 요소가 많다고 봐도 되는가.

답) 그렇다. 소설 속 어딘가에 나는 어떤 형태로든 조금씩 매달려 있다.

질) <혀>는 요리소설이다. 취재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겠다.

답) 실제로 모델이 된 레스토랑이 둘, 도움을 준 주방장이 세 분이다. 그 중 한 분은 나를 레스토랑에 초대해 4가지 종류의 소 혓바닥 요리를 해주셨다. “직접 맛봐야 쓸 게 아니냐”면서. 맛은 끔찍하고 역했다. 그 느낌을 없애려고 혼자 와인 한 병을 그 자리에서 다 마셨다.

질)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

답) 너무 많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편이라 하루 두 끼만 먹는다. 아침 겸 점심, 그리고 늦은 저녁. 그게 억울해서 남들 세 끼 먹는 만큼을 두 끼로 해치운다. 좋아하는 음식은 된장찌개, 가지나물, 시금치, 두부가 올려진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이다. 또 즐겨 먹는 것은 빵과 맥주다. 매일 맥주를 마신다. 맥주는 나에게 가장 맛있는 물이다.

질) 전업 작가로 살고 있는데 어려움은 없나

답) 사실 한국에서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먼저 장점은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거다. 단점은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 정도다. 그래도 소설가가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은 소설가가 된 거다. 영원히 지금처럼, ‘백수 소설가’로 살고 싶다.

질) 소설가가 안 됐다면, 뭐가 됐을 것 같나.

답) 가수. 다시 태어나면 무대 위에서 노래하며 살고 싶다. 외로워서 솔로는 싫다. 죽어라 혼자 글 쓰는 소설가로 살면서 외로움의 바닥을 쳐 봤다. 밴드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남녀 성비를 고르게 해서 신나게 노래하며 살아 보고 싶다.

(사진 - 신기수 사진전문기자)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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