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가다보면 저절로 깨우침
절로 가다보면 저절로 깨우침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2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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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절로 가는 사람> 강석경 지음 | 마음산책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영락없는 비승비속非僧非俗이시네. 옛날 머슴방 허드렛말로 ‘중도 속도 아닌 것’이라는 그 조롱과는 정반대로 이도 저도 아닌 그 절묘한 차원이시네. 승이되 승을 사절하고 속이되 속을 넘어선 바로 그 경지에 닿으시네. 삶에는 삶의 세월이 담겨야지. 삶에는 여기저기 떠돈 발걸음의 회포가 깔려 있어야지. 이 무욕無慾의 글들 가운데서 그런 세월의 기척과 비탈 내려오는 발소리 적요하게 들려오시네. 어허 ‘더 이상 구할 것 없는 웃음…’이라니!”

소설가 강석경이 들려주는 절에 대한 산문 <저 절로 가는 사람>(마음산책. 2015)에 대한 고은 시인의 추천사다. 저자는 ‘문학도 여행도 생도 자신을 찾아가는 깨달음의 과정이라면 작가의 헤맴은 세속에서의 구도求道’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의 한가운데인 마음을 연구하는 불교로 ‘저 절로’ 간다.

소나무가 늘어선 흙길을 걷고 일주문을 통과해 절에 들어선다. 그녀는 절로 가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과 돌담에 핀 민들레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편백나무 열매까지 모든 것에서 인연을 생각다.

“문은 문이되 닫는 문짝이 없으니 누구나 언제나 들어설 수 있는 일주문, 문은 소유를 알리면서 배척을 내포하지만 절의 일주문은 부처님 정토로 통하는 상징으로 서 있다. 고苦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서는 경계로서. (중략) 무교인 사람들은 불자들의 기도도 기복祈福으로 보지만 기도하지 않는 일상보다는 기도하는 삶이 진정성에 다가서 있는 건 의심할 수 없다.” (p.43~p.44)

저자는 사찰을 오르며 스스로 낮아짐을 느낀다. 바로 하심下心이다. 행자실 벽 한가운데도 걸려있는 글씨 하심. 수행자가 되기 위한 첫 단계가 행자이니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 하심이라는 생각을 한다. ‘인간의 불완전함과 결핍을 느껴야 나보다 더 완전하고 위대한 것, 깨달음과 진리에 대한 갈망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통도사와 송광사, 해인사와 불국사 등 고찰들에서 만난 스님들. 눈 덮인 산길을 걷고 또 걸어 절로 온 어린 시절을 말씀하신 정우 스님,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앉아서 부처님의 말씀을 공부하던 선일 스님, 수행과 믿음이 녹아든 불화를 그리는 통도사의 불모 송천 스님 등이다. 그 인연들을 따라 가다 보면 저 절로 ‘나의 한가운데’인 마음으로 여행하게 된다.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괜찮다. 넓고 넓은 우주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잠시 잠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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