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 명언 '이 숯도 한때는...'
하이쿠 명언 '이 숯도 한때는...'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21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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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를 보노라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일본의 시인 다다토모가 쓴 한 줄 시 ‘하이쿠’ 다.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류시화 시인이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를 모아 설명한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연금술사. 2014)에 소개한 시 중 한 편이다. 하이쿠는 열일곱 자로 이루어진 세계 문학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다. 저자는 앞에 소개한 다다토모의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백탄은 화력이 세어 일본에서는 다도 의식에 사용한다. 찻물을 데운 숯이 하얀 재가 되어 숯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서 숯이 되기 전의 나뭇가지에 흰 눈이 얹혀 있던 모습과 같다. 이 한 편으로 간노 다다토모는 ‘흰 숯의 다다토모’라 불리게 되었다. 직역하면 ‘흰 숯이여 타지 않은 옛날에는 눈 얹힌 가지’이다.” (p.43)

지금은 불에 타 숯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겨울에 눈이 쌓이는 나뭇가지였을 것이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어린 나무였을 것이다.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떠올라 더 애틋하고 소중한 느낌이 드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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