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로드무비 같은 `형제 이야기`
한편의 로드무비 같은 `형제 이야기`
  • 북데일리
  • 승인 2007.11.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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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얼마 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SK와이번스의 우승으로 길고 길었던 6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오랜 야인 생활 끝에 감독 첫 우승을 일군 김성근 감독과, MVP 김재현, 4차전의 영웅 김광현 등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수없이 쏟아진 기사 가운데 SK의 외야수 조동화에 관련된 기사 한편이 코끝을 시리게 했다. 삼성 라이온즈 주전 3루수인 동생 조동찬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야 비로소 “형 노릇 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던 내용이다.

‘형제’는 그렇다. 같은 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난, 최초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것. 동생의 그늘에 가려졌던 조동화도, 형보다 주목을 받던 조동찬도 늘 마음 한편에 서로 다른 짐을 짊어진 채 불편해 했을 것이다.

여기 또 다른 형제가 있다. 도쿄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국가 공무원 시험 중 가장 어렵다는 재무 관료에 합격해 출세 가도를 걸을 예정인 형 쇼이치와 그런 형을 인생의 목표로 삼은 동생 쇼지다. 형제는 어릴 적 함께 본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판딩고’의 대사들로 대화를 나누는 일명 ‘판딩고 놀이’를 즐기는 사이좋은 형제다. 쇼지에겐 우상이며 질투의 대상이던, 모든 면에서 최고였던 형이 사라지기 전까지 말이다.

<하늘색 히치하이커>(중앙북스. 2007)는 대입을 코앞에 둔 쇼지가 형이 남긴 1959년형 하늘색 캐딜락을 몰고 사라진 형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야기다. 그들이 사랑했던 영화 ‘판딩고’의 주인공처럼 캐딜락을 몰고 2주 동안 길 떠나는, 마치 한편의 로드무비와 같은 청춘 소설이다.

쇼지는 여행 도중 만난 매력적인 미녀 교코와 개성 넘치는 히치하이커들을 태우고 내려주면서 그들의 삶을 곁눈질한다. 그리고 여행의 끝자락에서 사랑 때문에 약속받은 미래를 내던진 형 쇼이치와 조우한다. 형의 선택을 이해하기 힘든 쇼지. 하지만 형은 말한다. 자신은 늘 열심히 노력하는 동생 쇼지의 모습이 부러웠다고.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바라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선택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렇게 동경하던 형이었는데 쇼지는 그제야 깨닫게 된다. 형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 것을. 결국 형만을 목표로 삼으며 살아온 쇼지는 이제 앞으로 자기 인생의 목표를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형제는 ‘판딩고 놀이’의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다.

“Goodbye, friend.”

“Have a nice life.”

쇼지의 하늘색 캐딜락은 옆자리에 아름다운 미녀 교코를 태우고 도쿄에 두고 온 일상을 향해 달린다. 그가 여행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자신의 틀을 깨고, 진짜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법이 아닐까.

[구윤정 기자 kido99@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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