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이책] 문화사학자 신정일 "책 통해 앉아서 산천 유람"
[오늘은이책] 문화사학자 신정일 "책 통해 앉아서 산천 유람"
  • 북데일리
  • 승인 2007.11.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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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문화사학자 신정일은 늘 걷는다. 1989년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부터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마쳤고, 400여개 산을 올랐다.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대로와 삼남대로에도 그의 발자국이 찍혀있다. 현재는 사단법인 ‘우리땅걷기모임’의 대표까지 맡고 있다.

이런 그는 걷지 않는 날이면 책을 든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눈이 아플 때까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유일한 취미라고. 글을 쓰다 지치면 책을 읽는다. 엎드려서 읽기도 하고 베개에 기대어 읽기도 하고, 책상에 단정히 앉아 읽기도 한다. 한 달 독서량은 40~50여 권. 집에 있는 책이 무려 만 여권에 달한다.

얼마 전 그는 <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다산초당. 2007)을 출간했다. 2000년에 출간한 <지워진 이름, 정여립>(가림기획. 2000)을 수년간의 고증을 거쳐 전면적으로 개정해 새롭게 펴냈다. 400년 동안 숨겨져 온 정여립 역모 사건의 음모와 진실을 파고드는 그의 남다른 열정이, 조선 최대 역모사건으로 꼽히는 `기축옥사`를 재구성하고 정여립과 죽어간 1000명의 선비들을 역사 속에서 불러낸 것이다.

그는 “역사 공부는 결국 사람에 대한 공부”라며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다보면 더 깊고 폭 넓은 역사가 친숙하게 다가온다”고 전했다. 오랜 시간동안 ‘정여립’에 몰두해온 이유가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이런 그가 추천한 책은 도스트에프스키의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열린책들. 2007)이다. 당연히 역사와 관련된 서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소 의외였다. 그는 “시공을 뛰어넘어 천태만상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인생을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가를 체득하게 되는 것 같다”며 책 추천 이유를 전했다. 사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가을로 접어들면서부터 오래 전에 읽고서 꽃아 놓은 세계 시인선집을 틈틈이 꺼내 읽고,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솔. 1997)와 정약용의 <대동수경>(여강출판사. 2001)을 다시 읽기 시작했단다. 또한 시간이 난다면 카프카 전집도 다시 읽어볼 작정이라고.

“책이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이 세상에서 벌써 사라졌을 것이다. 한권의 좋은 책은 카프카의 말처럼 ‘얼어붙은 내면의 바다를 깨뜨리는 것 같은, 도끼로 두개골을 내려치듯’해요. 책을 통해 새로운 이정표를 발견할 수 있고... 사람답게 사는데 있어서 이보다 더 유익한 것은 또 있을까 싶죠. 저에게 독서는 산천을 유람하는 것과 같아요.”

그가 평생을 두고 사랑해온 우리문화와 책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나는, 참으로 ‘문화사학자’다운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구윤정 기자 kido99@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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