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을 위하여' 열혈 팬이 만든 책
'지드래곤을 위하여' 열혈 팬이 만든 책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19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드래곤을 읽다> 유진 지음 | 포럼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여기 17세 소녀가 있다. 보통은 학교에 다닐 나이다. 초등학교 졸업이 끝이다. 학교 대신 ‘작업실’에 간다. 그곳에서 부모님은 일을 하고 그녀는 공부를 한다. 주로 읽기와 쓰기, 말하기를 공부한다.

“‘읽기’는 독서만을 뜻하지 않는다. ‘쓰기’는 수험용 논술을 대비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방정맞은 입방아를 ‘말하기’라고 할 수 없다.

‘읽기’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읽는 일이다. ‘쓰기’는 자신이 본 세상, 생각해본 주제를 기록하고 표현하는 일이다. ‘말하기’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른 이에게 전하는 일이다. 나는 이런 공부를 한다.” (p.8)

그녀의 ‘쓰기’ 공부 중 하나로 책을 썼다. <지드래곤을 읽다>(포럼. 2016)는 17세 소녀 팬이 그룹 ‘빅뱅’의 멤버 중 한 명인 지드래곤에게 보내는 공개적인 팬레터다. 17가지 키워드로 지드래곤을 읽어 나가는 이야기다. 흥미 위주의 가벼운 가십gossip이나 눈살 찌푸리게 하는 ‘팬질’이 아니다. 옛 지식인들의 글을 지드래곤과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학자 이덕무의 글을 인용하며 빅뱅에 대한 마음을 전한다. 빅뱅의 팬은 VIP라는 이름을 가졌다. 이런 식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이덕무는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다. 자신의 마음을 꽃의 심정에 빗대었다. (중략) 친구를 향한 이덕무의 마음은 빅뱅을 향한 VIP의 마음과 같다. 이덕무는 친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나비를 향한 꽃의 마음으로 표현한다. 나비가 너무 느릿느릿 오는 듯하고, 짧게 머물다 날아가면 슬퍼하며 잊지 못하는 마음과 같다고 말한다. 빅뱅이 신규 앨범으로 컴백하면 너무 늦게 온 듯하고, 활동이 끝나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는 VIP의 마음과 같다.

이덕무는 진정한 친구를 얻는다면 친구의 얼굴을 수놓아서 잘 보이는 것에 걸어 두겠다고 말한다. VIP들이 빅뱅의 사진으로 방을 도배하는 것과 같다.” (p.23~p.24)

이어 그녀는 말한다. 이덕무는 팬질에 소질을 보이는 듯 하다고. 그의 글은 친구의 소중함에 대해 쓴 글이지만 팬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팬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있는 옛 지식인이다. 그녀에 따르면 팬은 연예인에게 미쳐있는 사람이 아니다. 할 짓이 없어서 호구 짓이나 하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팬이 필요하다. 팬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책은 ‘팬, 친구, 음치, 사랑, 두려움, 시간, 청춘, 다름, 꿈, 유행, 초심’ 등 17가지로 지드래곤을 설명한다. 그에 맞춰 지드래곤이 만든 음악이 소개된다. 그녀의 사유와 글 솜씨가 어른 뺨친다. 청소년이 연예인에 대해 쓴 글이라 가벼울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읽어보길 권한다. 지드래곤 뿐만 아니라 그녀의 팬이 될지도 모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