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을 통해 본 극과 극의 어울림
펭귄을 통해 본 극과 극의 어울림
  • 북데일리
  • 승인 2007.11.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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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반대되는 것 찾기 게임. 관심 있으신가요? 반대의 극에 선 요소들이 균형 있게 빚어낸 이야기를 만나볼 참이거든요. 그 중심에 선 주인공은 펭귄입니다. 아주 작은 아기 펭귄이요.

사실 펭귄은 참 묘한 동물입니다. 흔하게 접할 수 없음에도 꽤 친근하게 느껴지니 말이에요. 아마 매력적인 외모 덕분이겠죠? 하지만 익숙하다 생각하는 그들의 생활은 낯설기만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따지고 보면 그들은 조류라는데 도대체 새의 생활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보통의 새들처럼 벌레를 먹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날지 않고 헤엄을 치잖아요.

친근하면서도 낯선 그들. 마르쿠스 피스터의 <펭귄피트>(2000. 시공주니어)는 그러한 펭귄의 생활을 잔잔히 담아냅니다.

이 동화의 매력은 세 가지입니다. 자연스레 접하는 펭귄의 생태. 평범한 어떤 아이도 감정이입이 가능한 피트라는 주인공. 마지막으로 동서양의 색채가 미묘하게 결합된 멋진 일러스트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책은 수묵화 기법을 차용하여 그려졌습니다. 먹빛이 주를 이루고 파스텔톤의 절제된 색감이 종이에 엷게 번져있습니다. 반면 캐릭터는 서구적인 형상에 깔끔한 라인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패션계에서도 수년째 시도되는 동서양의 만남이 동화에도 안착된 셈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펭귄입니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남극. 왠지 재미있는 결합 같지 않나요? 당장 코라도 얼려버릴 것 같은 날 선 추위. 그 곳을 그려낸 따뜻한 동양화 기법 말입니다. 부조화의 조화가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주인공 피트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펭귄의 실제 모습이 갖는 날렵하고 신사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볼륨 있는 몸매, 매끈한 피부, 강렬한 흑백의 대비, 샤프한 라인을 가진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펭귄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피트를 보세요. 둥글고, 납작하고, 부드럽잖아요.

한편, 피트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거기서도 흥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멋지게 수영하는 어른 펭귄을 보세요. 걸음걸이는 아이스크림 상자만큼 작은 피트보다 훨씬 뒤뚱거리잖아요. 피트는 반드시 아이가 어른보다 열등하지 않다고 강변하는 듯합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날아든 새떼는 어떤가요? 날기 시합을 하자고 제안하는 새들에게 피트는 약 올리지 말라고 일축합니다. 피트는 날지 못하는 새, 펭귄이잖아요. 하지만 펭귄이기에 서투르긴 해도 자맥질을 합니다. 펭귄이 수영을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임에도 물고기와 함께 있는 피트가 낯선 이유는 뭘까요?

어쨌거나 어른 펭귄처럼 날쌔게 수영하고 새떼처럼 훨훨 날고 싶은 꿈을 꾸며 피트는 잠이 듭니다. 여러 가지 부조화속에서 멋진 줄타기를 끝낸 귀여운 악동의 하루가 끝난 것이죠.

<펭귄피트>를 그려낸 마르쿠스 피스터는 평화로운 스위스 태생입니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라난 그를 감안하면 동양적 정서가 담긴 그의 삽화는 꽤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가 서양인이기에 드로잉 기법은 동양적인 그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극과극의 결합이 이뤄낸 편안한 조합은 보는 이에게 전혀 어색함을 주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러고 보면 <펭귄피트>에서는 여러 가지 반대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양과 서양, 차가움과 따뜻함,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입체와 평면 등이요. 게다가 불완전한 어른과 헤엄치는 새라는 것 까지 꼽으면 정말 엉뚱한 것투성이네요. 마르크스 피스터에게는 상충되는 것을 아름답게 풀어내는 멋진 재주가 있는 모양입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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