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미스’ 대부분이 지금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아주 치열한 20대를 보냈을 것이다. 힘겹게 사회적 성공을 갈망하는 동안 사랑은 놓쳤을지도 모르며, 혹은 둘 다 가졌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일과 사랑 속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일 분만 더>(노블마인, 2007)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30대 여성의 감성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애견 리라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삶에서 진실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깨닫는 과정을 그린 감동의 휴먼드라마이자 러브스토리이다. 작가는 일도 사랑도 놓칠 수 없는 현대 여성의 고독과 열정, 노스탤지어적인 감성을 쿨 하게 그려냈다. 또한, 어쩌면 일이나 사랑보다 삶에서 지켜내야 할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간과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제1회 러브스토리 대상 수상 작가로 2006년 국내 첫 소개된 신예작가 하라다 마하의 작품인 만큼 직관적이고 리듬이 있는 문체로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현재 삶에 대한 고찰을 보여준다.
주인공 `아이`는 멋내기를 좋아하던 학생시절부터 패션잡지 `조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에디터의 자리에 취직도 했다. 그리고 에디터 3년차일 때 카피라이터 고스케를 만나, 둘은 금방 연애관계로 발전했다. 일도 연애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하지만 7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의 생활은 힘겨워진다. 급기야 애견 리라만 없다면, 고스케만 없다면, 새로운 연애도 시작할 수 있고 일도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우리 사회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일하는 싱글 여성의 모습이다.
작가는 여기서 주인공 아이가 고스케를 떠나보낸 후 애견 리라가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면서, 일 보다는 리라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는, 한 생명체에 대한 너무도 당연한 애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보단 이러한 설정을 통해 일도 사랑도 놓칠 수 없어 힘겨운 싱글들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을 가지려 애쓰는 싱글들에게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그리고 어쩌면 지금 현재 상황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간과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펴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이 책은 `잃어버린 것들과 얻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피나는 노력 끝에 겨우 얻은 사회적인 지위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등을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너무 껴안고 고민하지 말고 차라리 놓아버린 다음에 보이는 소중한 것들이 있음을 알기 바란다. 모든 일하는 여성들에게 바친다."라고.
싱글이 많아지는 요즘, 이들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는 더 이상 애완동물pet이 아니라 반려동물 companion animal로 일컬어진다. 이제까지 pet이라고 불리던 동물들은 사람들의 생활의 변화에 따라 그 존재 의의와 가치, 역할이 변했다.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가 점차 핵가족화되고 싱글들이 많아지면서 동물들을 가족으로, 반려자로 양육하자고 하는 의지가 담긴 호칭이다.
실제로 책은 작가가 문단에 데뷔하기 직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애견 마치쿠와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 작가는 개인 홈페이지에서 `이 책은 자신에게 보물과도 같은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만을 기다려주는 소중한 반려자의 죽음의 시간이 카운트다운 되고 남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하는 모습에서 마음이 깨끗해짐을 느낀다. 일도 사랑도 놓칠 수 없는 현대 여성의 자화상을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로 책은 그리고 있다.
[시민기자 제갈지현 galj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