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서유미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젊은 작가 서유미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11.0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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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빵 하나, 커피 한잔도 마음대로 살 수 없었어요. 남편이 어찌나 핀잔을 주던지”

[북데일리] 성취감은 사람을 웃게 한다. 과거의 땀과 눈물을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는 여유도 준다.

최근 홍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제5회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가 서유미가 그랬다. 표정은 시종 밝았고,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등단 전 고생스런 기억을 떠올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웃음을 준 작품은 바로 <판타스틱 개미지옥>(문학수첩. 2007). 백화점을 무대로 인간의 헛된 욕망을 유쾌하게 꼬집은 소설이다.

지난 7월 상을 받기 전 그녀는 원주에 있었다. 글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했다. 서울의 살인적인 물가는 집필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결국 얼마 안돼는 전세금을 뺐다. 반은 원주에 전셋집을 얻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쓰기로 했다. 기한은 단 2년이었다. 더 이상은 있고 싶어도 있을 수 없었다. 직장마저 포기한 결심이라 돈이 들어올 길은 더 이상 없었기 때문이다.

계획했던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가게 될까봐 돈은 최소한의 생활과 글쓰기를 위해서만 사용했다. 방은 2개였지만 그 중 1개만 쓰고, 모든 작업은 인근 학교 도서관에서 했다. 난방비와 전기세를 아끼려는 생각에서였다.

간식거리 하나 뜻대로 사먹지 못했다. 돈의 낭비는 곧 꿈의 포기를 의미했다.

1년 정도는 향수병에도 시달렸다. 이따금씩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랐고, 평범했던 서울 생활이 생각나기도 했다. 한 번은 TV에서 명동 거리를 보고 눈물을 쏟은 일도 있었다.

이런 생활 끝에 2년간 단편 20편, 장편 2편을 완성했다. 이곳저곳에 응모했지만 결과는 모두 낙방. 발표가 있는 날이면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그냥 서울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수도 없이 했죠. 그때마다 남편이 붙잡아 줬어요. 좀 더 해보자고.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고요.”

지금의 그녀를 만든 데는 남편의 공이 가장 컸다. 정신이 느슨해질 때는 단호하게 질책했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격려하고 달래줬다. 아무 연고가 없던 원주에서 남편은 친구이자, 부모, 선생님과 같은 존재였다.

이렇게 서울을 떠난 지 약 2년째 되던 올 7월, 부부는 짐을 쌌다.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에 아쉽지만 후회는 없었다.

서울에서 살 집을 알아보러 다니던 와중,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에서 수상 소식이 들렸다. 2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리고 고마웠죠. 저를 믿고 기다려준 남편과 부모님에게요.“

작가로서 첫 걸음을 내딛은 그녀의 목표는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독자에게 기억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두 번째 소설에 전력을 쏟고 있다. 크게 웃으며 밝힌 포부 뒤로 힘찬 날개 짓이 보였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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