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지진참사로 본 `눈먼 자들의 도시`
파키스탄 지진참사로 본 `눈먼 자들의 도시`
  • 북데일리
  • 승인 2005.10.11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 몰아친 지진은 도시와 마을을 완전히 파괴하고 수만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파이살 하야트 카슈미르 담당 장관은 “카슈미르 240만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죽거나 다치거나 집을 잃었다고”고 사태를 설명했다.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인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났던 지역이다. 일명 ‘카슈미르 분쟁’으로 일컬어지는 이 분쟁은 원래 한 나라였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1947년 영국 지배에서 분리, 독립되며 시작됐다.

힌두교와 이슬람교로 나뉜 종교 분쟁은 인도 대륙을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갈라놓았고, 이후 60년 동안 셀 수 없는 인명 피해자와 사상자를 낳았다.

지진 최대 피해 지역인 카슈미르는 전체 면적의 3분의 2 이상이 인도(1만1639㎢)령이지만, 인구 다수(60%)가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더욱 민감한 지역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1989년 이래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이슬람 반군 활동으로 4만4000명이 이곳에서 죽어갔다.

지난 2003년을 시작으로 60년 종교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회담이 시작되고, 인도와 파키스탄령을 오가는 버스도 개통되는 등 화해의 가능성이 예견되는 듯 했지만 전쟁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거대한 자연재해가 몰고 온 이번 지진참사 이전에 이 땅위에서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가고 쉼 없이 생존을 위협해 온 것은 바로 인간의 이기심이 일으킨 ‘전쟁’이었다.

199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포르투칼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눈먼 자들의 도시>(해냄. 2005)를 통해 이러한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원인도 모른 채 급작스레 눈이 먼 재소자들이 아노미현상으로 파괴되어가는 수용소 내의 무장 집단과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된다. 수용소 내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하고 이기적인 인간의 폭력과 탐욕은 카슈미르를 포함한 지구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전쟁과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과 다르지 않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는 쉼표와 따옴표가 없다. 그러나, 어떤 소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러한 시도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방해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채 이 때문에 끝나지 않은 문장 내에서도 끊임없이 간격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과 상황을 구별해내기 위해 독자들은 더욱 책에 집중하게 된다.

눈이 멀어버린 이들이 수용소안에 갇히게 된 상황보다 더욱 끔찍한 상황은 오직 욕망과 본능에 따른 추악한 행동을 망설임 없이 저지르는 인간들의 추악한 뒷모습이다.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동시에 표현한다. 극단의 사악함과 만행을 저지르는 이들이 악이라면,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끝까지, 인간을 지켜내는 선으로 대비 된다.

이 소설의 주목할 만한 구성은 이야기의 시작이 소설 말미에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이들이 겪는 ‘실명’이라는 전염병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이들이 잃어버린 인간성임을 역설한다. "이제 내 차례구나..." 사람들을 돌봐왔고, 수용소에서 악마까지 살해한 의사의 아내 역시 눈이 멀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설의 엔딩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끊임없는 전쟁과 분쟁에 대한 작가의 노여움을 시사한다.

전쟁에 이은 자연재해의 피해로 신음하는 파키스탄을 향한 각국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지진 피해 수습 후 인도와의 관계개선이 이슈로 불거질 전망이다. 재난 해결을 위해 손을 맞잡은 양국이 추후 화해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은 집중되고 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