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마음 이론의 핵심
두뇌-마음 이론의 핵심
  • 북데일리
  • 승인 2007.10.29 0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우리는 학교와 직장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특별히 의식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을 규정짓는 특징과 행동이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불러들여진다. 눈으로 관찰된 대상을 기억 속 인물과 연결시키는 메커니즘은 어떤 것일까?

<마음에 이르는 계단>(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01)에서 30년간 이 분야의 전문가로 연구한 수학자 얼윈 스콧은 모든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결합문제’를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자고 제안한다.

개체의 속성을 파악하기 위해 원자수준까지 파고드는 환원주의에 반대해서 저자는 창발이라는 용어로 마음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것은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라는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한 개의 뉴런을 모형화하려는 시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덕분에 나는 여러 가지 수용체들과 소포들 및 기타 등등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우리 모두는 양자역학이 화학의 기본임도 잘 알고 있어서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 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말하려는 것은 거기에 화학 이상의 무엇가가 있다는 것인데...”

인용된 구절 중 ‘화학 이상의 무언가’ 에 대해서 지금까지 아무도 제대로 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두뇌-마음에 대한 한 세기에 걸친 논쟁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로 철학의 오랜 전통인 마음과 육체가 다르다는 이원론과 현상의 배후를 가장 작은 단위로 설명하려는 환원주의 유물론을 지적한다.

그래서 뉴런이 아닌 두뇌의 전반적 활동을 파악하는데 주력해야 되며, 물리적 과정을 통한 의식으로의 직접적인 접근 대신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생명의 고유한 속성에 집중하자고 이야기한다.

다음은 이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것.

“뉴욕의 34번가 지상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까지 관광객처럼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이에 있는 모든 층은 건너뛰어 올라간 후, 맨해튼의 전경에 집중할 수도 있다. 비록 이러한 방법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는 있지만 그는 건물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반면에 매년 한 차례 열리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계단 오르기 대회에 참가하여 각 층을 충분히 둘러보며 현대적 사무실 건물이 얼마나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감상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인용문에서 의식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음이라는 가장 상위의 계층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그 아래 단계들 의식 → 뇌 → 뉴런 → 단백질 → 화학 → 원자 물리학 → 양자 이론 이라는 하부구조를 엄밀하게 조사해야 하며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이 쌓이고 난 이후에야 의식이라는 난제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인간의 두뇌 메커니즘을 설명하는데 있어 고전 이론에서의 결정론 보다 양자론에서의 불확정성 원리를 선호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데 필요한 컴퓨터의 크기는 시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서 도저히 계산이 불가능하지만, 놀라울 정도의 자유도를 가진 인간의 두뇌는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설계도를 쉽게 만들어 낸다.”

그러나 비선형성, 창발 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저자의 이론은 과학 보다는 신비적 영역에 더 가깝게 보인다. 양자역학, 화학, 신경망과 두뇌에 대한 여러 이론들을 어지럽게 나열하면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나의 희망은 이 책이 과학이 지배하는 이성적 부분과 생명의 신비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매혹적인 영역 사이 어딘가에서 중간적 세계가 가능하다는 인상을 독자들에게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과학이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측면을 무시하거나 부정하지 않고도 의식의 본질을 이해하기 바란다.”

그러니까 ‘마음의 본질은 무엇인가?’ 라는 대단한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려는 거창한 목표 대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 구조와 방법론, 그리고 한 세기에 걸친 과학계의 논쟁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신피질, 할머니 세포, 갈라진 뇌, 맹인시각, 양자론적 의식, 인공 지능 같은 개념들이 더 이상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이 씌어진 1995년에는 이러한 연구방법이 대중적이지 않았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두뇌-마음 이론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 또는 이 분야에 입문하려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폭 넓은 지식을 전해주는 역할로 이 책은 손색이 없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