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시궁창에서 놀지언정 왕과는 상종 안 해"
장자 "시궁창에서 놀지언정 왕과는 상종 안 해"
  • 이수진 기자
  • 승인 2016.01.10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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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 명문장] <짧고 굵은 고전읽기> 명로진 지음 l 비즈니스북스

[화이트페이퍼=이수진 기자] 권력처럼 달콤한 것이 있을까. 권력을 맛 본 사람들은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고전 읽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짧고 굵은 고전읽기>(명로진 지음.비즈니스북스.2015)에는 장자(莊子)가 권력을 물리치고 가난하게 살았던 일화가 실려 있다.

책에 따르면 장자는 시대의 천재이자 이야기꾼이었다. 장자는 한때 옻나무 밭을 관리하는 말직을 맡기도 했지만 대체로 벼슬을 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벼슬이 없으니 가난했으나 장자 곁에는 늘 많은 친구와 제자들이 있었다. 다음은 장자의 사람됨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초나라 위왕이 장자가 지혜롭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재상으로 삼으려고 했다. 위왕은 천금과 보화를 실은 수레와 함께 사신을 보내왔다. 이때 장자는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다. 사신이 말했다.

“우리 임금께서 선생님을 모시고자 합니다.”

그러자 장자는 껄껄 웃으면서 답했다.

“천금이라......  큰 돈이군요. 재상은 만인지상의 벼슬이고요. 하지만 그대는 제사 때 희생물로 쓰려고 끌려가는 소를 보지 못했소? 오랫동안 잘 먹고 잘 지내던 소가 비단옷까지 걸치고는 결국 죽으러 가는 것이오. 이때 그 소가 ‘돼지가 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 있겠소? 나는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서 놀지언정 왕 아래 들어가 얽매이고 싶지 않소. 그러니 그대는 나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고 빨리 돌아가시오.” (218쪽)

자신의 권력을 갖기 위해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존심도 버리고 세상의 권력에 고개 숙이는 이들이 보면 뜨끔할 내용이다. 우리나라도 권력보다 국민들과 지혜를 함께 나누는 리더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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