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니들이 혹등고래를 알아? 극진한 자식사랑
[삶의 향기] 니들이 혹등고래를 알아? 극진한 자식사랑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08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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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의 남자> 왕상한 지음 | 은행나무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긴수염고래과에 속하는 혹등고래. 혹등고래는 머리가 좋은 동물이다. 그런데 이 똑똑한 동물도 어머니가 되면 무식할 정도로 희생적이다. 마치 우리네 어머니들 같다.

쓸쓸한 오십대 중년의 자화상을 그린 <한 평의 남자>(은행나무. 2015)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혹등고래를 이야기하면서 노년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긴수염고래과에 속하는 혹등고래를 아는가? 혹등고래는 포경선의 습격을 받으면 외양外洋으로 도망가기 시작해서 점점 유인하듯 방향을 바꿔 다른 바다로 도망을 치는 기술을 알 정도로 머리가 좋은 동물이다. 그런데 이 똑똑한 혹등고래도 어머니가 되면 무식할 정도로 희생을 치른다.

주로 극지방에서 서식하는 혹등고래가 새끼를 낳은 곳은 열대의 바다. 천적이 없는 곳을 택해 이곳까지 와서 새끼를 낳은 것이다. 그러나 그곳은 천적만 없는 것이 아니라 먹이도 없는 곳이어서 어미 혹등고래는 근 반년 동안 굶으면서 제 몸의 젖으로 새끼를 키운다. 그리고는 새끼와 함께 극지방으로 돌아와 하루 2~3톤의 작은 새우들을 먹어 치우는 것이다.

어머니의 노년은 아마도 혹등고래가 긴 굶주림 속에서 새끼를 길러낸 후에 극지방에서 맞은 그 세월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는 새끼를 기를 때처럼 배고프고 몸이 고되지는 않지만 매일 2~3톤씩 먹어야 허기가 채워지는 극지방 혹등고래처럼, 어머니도 매달 아들이 꼬박꼬박 계좌 이체하는 용돈으로 일상 생활은 덜 고되지만 여전히 우리를 향한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 것 아니었을까?” (p.211)

이어 저자는 말한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불쌍한 어미에게 달려들어 빈 젖을 빨던 이기심을 이제는 버리자고. 빈 나무 밑동을 보듬는 마음으로 어머니에게 찾아가 그 메마른 피부를 만져보자고. 신년 초부터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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