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걱정 좀 데려가세요!"
"누가 내 걱정 좀 데려가세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10.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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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소심하기로 소문난 A형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걱정거리를 끼고 살기 마련입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버스를 타고 갈까 지하철을 타고 갈까? 어제 낸 서류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지? 휴~. 일일이 열거하고 나니 머리가 다 아프네요. 누가 이런 걱정 좀 다 가져갔음 좋겠어요.

걱정이 쌓이는 것은 남녀노소의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겁쟁이 빌리>(2006. 비룡소)의 귀여운 꼬마, 빌리를 봐도 말이죠.

오늘도 빌리는 걱정이 많습니다. 신발이 걸어서 창문으로 도망가면 어쩌지? 큰 새가 날 잡아가면 어쩌지? 큰 비가 내려 방이 물바다로 변한다면? 계속 고민거리를 늘어놓으면 아마 밤을 세도 모자랄 거에요.

"걱정마라 얘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단다." 아빠는 빌리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빌리에겐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엄마도 빌리를 도와주려고 애썼죠. 하지만 소용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빌리는 할머니 댁에서 자게 되었어요. 하지만 밀려드는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답니다.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할머니께 말씀드리러 갈 수 밖에 없었죠.

헌데 그 선택은 아주 탁월했어요. 왜냐하면 할머니께서 놀라운 선물을 주셨거든요. 이 선물 덕분에 빌리의 모든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죠. 도대체 무엇일까요?

바로 `걱정인형`이랍니다. 여러분 `걱정인형`이 뭔지 아시나요? 이 앙증맞은 녀석은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에서 처음 생겼답니다. 아주 작은 나무 조각과 천 조각 등으로 만들어졌죠.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 각각의 인형들에게 걱정거리를 하나 씩 털어놓는답니다. 그 인형들을 베게 아래 넣어두고 잠을 청하면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는 거죠. 과테말라 아이들은 잠을 자는 동안 걱정 인형들이 자기의 걱정을 사라지게 해 준다고 믿는답니다.

이제 빌리도 과테말라 친구들처럼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습니다. 그리곤 곤히 잠들었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빌리는 깊이, 더 깊이 잠들었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빌리는 또 다시 잠을 못 이뤘어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거든요. 무슨 걱정이냐구요? 바로 불쌍한 걱정인형들 때문이랍니다. 자신의 걱정거리를 다 가져갔으니 그 애들은 얼마나 걱정이 많겠어요.

빌리는 다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곧 좋은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하루 종일 넓은 책상에서 일을 했지요. 어려운 일이라 실수도 많았지만 빌리는 마침내 아주 특별한 것을 만들었답니다. 이제 불쌍한 걱정인형들도 그 많은 고민거리로부터 자유로와지는 걸까요?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다른 작품과는 달리 따뜻하고 정감 있는 빌리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따뜻한 미소를 선물합니다. 사소한 일에도 걱정을 만들고 있는 빌리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과 닮아있어 더욱 그렇죠. 때때로 멀쩡히 서 있는 나무나 돌멩이, 심지어는 전봇대조차도 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될 때가 있잖아요. 게다가 작은 소품 같은 이 이야기 덕분에 우리에게도 걱정인형이 생겼으니 이제 다리 좀 뻗고 잘 수 있겠죠?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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