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유승완의 인생을 바꾼 `성룡표 영화`
감독 유승완의 인생을 바꾼 `성룡표 영화`
  • 북데일리
  • 승인 2005.10.1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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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개막한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성황리에 가을 은막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개막 3일만에 예매분량이 지난해 전체 관객수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치러지는 영화제에서 8일 오후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열린 ‘마스터클래스’는 눈에 띄는 행사 중 하나. 올해로 두번째를 맞는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이란의 거장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영화제 경쟁부문인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이기도 한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던 <키아로스타미의 길, Roads of Abbas Kiarostami>의 상영과 함께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회에서 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얘기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국내 관객들에게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87),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99) 등으로 잘 알려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30년 전부터 찍어온 사진을 모아 <키아로스타미의 길>이라는 디지털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 작품들은 오늘 마스터클래스의 주제이기도 한 `나의 인생, 나의 영화 My Life My Cinema`란 제목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관객과의 대화 중에 밝힌 내용 중 영화 심사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서 그는 “심사위원이 선정한 영화라고 해서 모두 좋은 영화는 아니다. 20년이 지난 후에도 사랑받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답했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말처럼 심사위원이 선정한 영화라고 해서 모두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듯, 사람마다 감동을 받은 영화는 제각각 일 터.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은 영화라든가, 똑같이 본 영화이지만 각자의 느낌이 서로 어떻게 달랐는지 따위를 알게 되는 건 색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내 인생의 영화><(2005. 씨네21)은 그런 의미에서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영화전문 주간지 ‘씨네21’에 연재됐던 동명의 칼럼을 엮은 책에는 작가, 배우, 감독 등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50명의 저명한 인물들이 각자의 기준에서 선정한 영화를 자신만의 자유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소개한 글을 모았다.

“내 인생의 영화라니? 아니 내 인생도 정리가 잘 안되는데 거기다 영화라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영화 소개에 앞서 당황한 기색을 역력히 내비쳤다.

“이 정도면 감독소릴 들어도 되겠지 싶은 걸작 영화를 쓸 것인가 아니면 도대체 이런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라고 쓰는 놈이 정말 감독이란 말이야? 소리를 듣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로 고민하던 그는 “자세를 잡으려니 글발이 안 서고, 속내를 드러내자니 쪽팔리던” 차에 갑자기 자아가 분열을 일으키며 속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더란다.

“얌마, 하던대로 해. 괜히 ‘뽀다구’ 세우려다 나중에 자세 더 엉성해지니까 네가 지금도 자주보고 질리지 않는 영화를 골라!”

그래서 그는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영화들을 골라내기에 이른다.

1. 비열한 거리, 분노의 주먹

2. 프로젝트A, 폴리스 스토리

3. 영웅본색, 첩혈쌍웅

4. 기타

범위가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한 갈등의 연속. 그래서 그는 자신만의 선정기준을 설명하며 마지막 두 편을 남긴다.

“1번은 자주 반복학습을 하는 영화지만 언제나 보고 나면 ‘난 언제 저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며 좌절하기 때문에 거의 자학하고 싶을때만 보고, 3번은 재밌긴 하지만 정기적으로 미친듯이 보는 편은 아니고 4번 기타는 너무 많고. 그럼 답은 2번이네?”

그가 고른 작품은 성룡이 주연을 맡은 두 편, 프로젝트A 와 폴리스 스토리이다.

“‘내 인생’과 ‘영화’ 사이에는 ‘의’보다는 ‘성룡’이 끼어 들어야 맞는 조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라며 성룡예찬을 펼친 그는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 놀라운 스턴트의 연속, 폭소연발. 나도 무술을 배우면 악당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주는 놀라운 작품”이라고 영화에 대한 감회를 풀었다.

특히 그가 마지막 부분에 쓴 글은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부분이다.

“‘세계영화 걸작 100선’엔 들지 않지만 나에겐 걸작이다. 왜냐고? 재밌으니까.”

참 단순하고 명쾌한 결론이지만 누구라도 그렇지 않은가. 영화가 꼭 사회, 철학적인 문제들을 다뤄 심각하거나 어려울 필요는 없으니까. 그는 이제 그런 생각을 자신의 인생 속에서 한 번 더 풀어내고 있다.

“내가 성룡의 영화를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다음 영화를 기다리듯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영화를 선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핸드북 크기의 책에 소개된 다른 이들의 영화선정 기준과 감상문도 재미있다.

마니아팬을 몰고 다니는 드라마 작가 인정옥은 ‘영웅본색’을 보고난 후 ‘무작정 뛰어서 무작정 갈겨대는데 적들이 무작정 죽는영화’라는 것만 기억날 뿐이지만 마음속 경건함과 엄숙함을 박살내고 신파를 끌어당겨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줬다는 소감을 밝혔고, 아나운서 손석희는 ‘한국의 할리우드 충무로’에서 성장기를 보낸 탓에 온갖 종류의 영화를 봐오긴 했지만 ‘척박한 영화’가 취향으로 고상떠는 영화를 싫어한다는 뜻밖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냈다.

(사진 = 1. 영화 `죽거나 나쁘거나`에 직접 출연한 류승완 감독 2. 성룡의 `폴리스스토리` 포스터) [북데일리 송보경 기자]ccio@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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