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죽으려면, 죽도록 사랑하라
사랑에 죽으려면, 죽도록 사랑하라
  • 북데일리
  • 승인 2007.10.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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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삶의 소중함과 자살의 부질없음을 보여주는 소설이 있다. 티에리 코엔의 데뷔작 <살았더라면>(밝은세상. 2007)이 그것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제레미의 자살로 시작된다. 그가 죽음을 결심한 이유는 평소 흠모하던 여성 빅토리아의 사랑을 얻지 못해서다. 삶의 의미를 잃었다고 판단한 남자는 신에 대한 온갖 저주를 퍼부으며 약을 삼킨다. 세상과의 영원한 이별을 바라면서.

하지만 눈을 떠보니 사후세계는커녕 그토록 바라던 빅토리아가 다정하게 제레미를 반긴다. 자살은 실패했던 것. 더 놀라운 건 그때로부터 1년의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어리둥절해 하는 주인공에게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쭉 연인으로 지냈는데 왜 기억을 못하냐고 묻는다.

의아한 마음에 병원을 찾은 제레미와 빅토리아는 병명 조차 알지 못하고 돌아온다. 그저 일시적인 기억상실증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할 뿐이다. 원인이야 어찌 됐건 사랑했던 여자와 함께 살게 된 데에 만족한 주인공은 걱정을 접고 다시 잠을 청한다.

이 때부터 사건은 급박하게 진행된다. 잠에서 깰 때마다 몇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그는 이전의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게다가 세월이 흐를수록 초반의 행복은 무너지고 자신이 기억 못하는 또 다른 자아가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후 제레미는 산산이 부서진 인생을 바로 잡아보려고 끊임없이 아등바등한다.

작가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살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또한 삶이란 무엇보다 귀중하며, 이를 가치 있게 만들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겉표지에 실린“사랑에 좌절해 죽을 결심이라면 살아남아서 죽도록 사랑하라!”라는 문구는 코엔의 뜻을 한 마디로 보여준다. 다분히 도덕적인 메시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딱함과 구태함은 보이지 않는다. 독특한 형식을 가져서다. 제레미가 잠이 들면 다음에는 반드시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는 구성은 계속 궁금증 유발시킨다. 허를 찌르는 마지막 반전도 일품이다.

책은 프랑스에서 출간 2주 만에 10만 부가 나간 베스트셀러다. 현재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 16개국에 판권이 팔린 상태다. 독자는 이 수치를 의미 있게 받아들여도 좋다. 명성만큼의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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