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설계도, 그 신비함
마음의 설계도, 그 신비함
  • 북데일리
  • 승인 2007.10.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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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오늘날 과학은 우주의 기원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양자영역까지 모든 것이 설명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들어 과학 영역을 벗어나 철학, 역사, 심리학 분야까지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특히 심리학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번에 소개할 책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소소. 2007)은 심리학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인간 마음의 설계에 담긴 신비에 접근한다.

저자인 스티븐 핑커는 전작 <언어본능>(소소. 2004)에서 촘스키의 생성문법과 보편문법에 기초해서 인간에게 언어, 문법 유전자가 존재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이 책에서는 인간에게 감정을 느끼게 하고 사고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설계도가 존재함을 다양한 사례들과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하려고 한다.

핑커에 의하면 “심리학은 일종의 역설계다. 정상적인 설계에서는 기계가 특정한 일을 하도록 설계하는 반면, 역설계에서는 거꾸로 특정한 기계가 어떤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는지를 알아낸다.”

이는 책 전체에서 나타나는 진화심리학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한다. 설계라는 단어는 인간을 고귀한 생명체에서 디지털 컴퓨터의 연산 장치를 수행하는 기계로 인식시킨다. 그리고 우리 인간 정신이 과학으로 분석될 수 있으며 기계장치에 그래도 옮겨놓을 수 있다는 믿음을 반영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이 통합된 것이 아니라 목적에 의해 여러 가지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몸은 개체로써 하나이지만, 그 안에 심장, 허파, 간과 같은 목적에 맞는 다양한 장기들이 존재하며 이것을 모듈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각각의 모듈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원래의 목적과 많이 달라지는데 마음이 특히 그렇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의 의식이라는 것이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서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꿀벌은 태양을 기준으로 먹이의 방향과 거리를 동료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 춤을 춘다. 그리고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가지각색의 눈금 장치와 보완 체계를 진화시켜 태양 중심의 항법과 관련된 복잡한 공학상의 문제들을 해결했다. 춤추는 벌은 먹이를 발견한 시간과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 사이에 이동한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생체 시계를 이용한다.”

이것은 동물의 뇌는 정확히 그 신체만큼 전문화되어 있고 잘 설계되어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동물들은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보처리장치를 진화시켰고, 우리의 마음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를 진화시켰다는 견해를 밝힌다.

여기서 생긴 한 가지 의문점. 바로 현재의 인간이 가진 마음이라는 장치는 언제 어떤 이유로 생겨난 걸까? 이다. 핑커에 의하면 마음은 뇌의 진화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고 그 시기는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가 거의 멈춘 7만 5천년 전이라고 추정한다. 그 시기에 동굴 벽화, 정교한 돌날, 장식이 있는 도구들과 같은 문화적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류혁명이라는 말로 설명된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이 우리의 눈을 통해 생겨난다고 주장한다. 얼굴 양 옆에 달린 2개의 눈만으로는 세상을 입체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고 한다. 뇌 속에 회로가 배선되어 있어야 되며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 의해 뇌가 조립된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뇌안에 마음의 눈이 존재하고, 사물을 인식하는 마음 상(심상)이 만들어진다는 주장은 상당히 흥미있지만 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진화심리학은 생물학 이론인 진화론으로 인간의 마음과 더 나아가 문화를 연구한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 많은 책을 저술한 핑커는 인간은 5만년전 홍적세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간의 마음은 표준화된 설비로 구성된 기계장치의 조합으로 그때와 기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지만 외부환경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현대인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과학계의 가장 커다란 주제로써 인간의 마음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론에 대한 통찰력과 현실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현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핑커 교수의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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