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위의 희망씨앗 `개운한 러브소설`
절망 위의 희망씨앗 `개운한 러브소설`
  • 북데일리
  • 승인 2007.10.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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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만나고 헤어지는 사랑의 무수한 이야기들. 인간은 사랑이라는 글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다양한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일지라도 ‘사랑’ 만큼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는 인간에게 있는 공통의 DNA 베이스가 깔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 시라이시 가즈후미는 <얼마만큼의 애정>(다산책방. 2007)에서 `당신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소설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감정으로만 해석하고 치우칠 수 있다는 위험을 보여준다. 또한, 사랑의 선택과 유지에 있어 한 순간에 헤어짐을 결정하는 가벼움에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J가수의 노래 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와 닿던 것은 왜인지.

“사랑했는데 우리 좋았었는데 다른 사랑과 달랐는데 왜 날 흔한 사람을 만들어 니가...”

줄거리는 이렇다. 남자 주인공 마사히라와 여자 주인공 아키라와의 사랑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헤어진 지 5년 동안 100번 이상의 우연한 만남이 있었다는 이들의 사랑은 운명으로 매듭지어져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현재는 헤어져 있는 상태이지만 곧 둘은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암시를 주기도 한다.

헤어짐의 상실이 커서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 사업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마사히라. 그런 성취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허전하다. 결국 중력에 못 이겨 떨어지는 낙하물처럼 그는 아키라에게 다가가게 되고 헤어짐의 배후에 어머니와 자신의 병(실명)을 고쳐 준 선생에게 있다는 것을 소설 후반부에서 알게 된다. 그러면서 그 두 사람을 원망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그녀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 사랑뿐만이 아니다. 인간사에 있어서 이런 꼬임 속에는 대부분의 원인이 자가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핑계거리가 보이면 바로 잽싸게 잡아서는 그것을 선두에 내세우고 `이 놈 때문이야!`라고 그 탓을 돌린다. 변명에 습관 들린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처량한지 모른다. 그러나 나 자신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끊임없이 `절망의 끝에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하고 있다. 인간을 유혹하려는 악한 마귀가 그의 무기를 팔려고 내 놓았는데 `낙심`이라는 무기를 가장 나중에 그것도 가장 비싸게 팔았다고 한다. 그 만큼 인간을 악의 궁렁텅이로 빠뜨리는 데는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사랑의 소설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됐다.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진정한 사랑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은 장애 없는 진정한 사랑의 대화를 나눈다. 둘의 사랑은 헤어짐의 절망 가운데 있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금 사랑을 회복하는 것으로 더욱 강한 결속을 이룬다.

제목을 보면 또 하나의 흔한 사랑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소설 안으로 들어가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시원하게 깨닫게 해 주는 터치를 느낄 수 있다. 샤워한 후의 개운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려움 속에 핀 사랑을 놓지 않고 함께 하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모습을 보게 해준 작가의 선물 덕이다.

[백승협 시민기자 herius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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