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고독해 사막에서 뒷걸음질로 걸었다
너무나 고독해 사막에서 뒷걸음질로 걸었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06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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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 홍익출판사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혼자인 것이 힘들어 사람들 속에 섞이려고 한다. 그럴수록 더 외로워진다. 아무도 그 고독감을 대신해 줄 수 없다.

“당신이 지금 고독에 몸부림치고 있다면 이 말로부터 용기를 얻기 바란다. 아무 할 일이 없이 빈둥대는 걸 고독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고독을 낙오나 실패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고독한 사람은 패배자가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켜 승리자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p.199)

원재훈 시인의 에세이 <고독의 힘>(홍익출판사. 2015)은 고독을 불치병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고독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준다. 품위 있게 고독을 누리는 방법도 접할 수 있다.

원 시인은 젊은 시절 출판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출근하다 무작정 고속도로로 달려가 바닷가로 떠난 적이 있다. 바다에 도착해서 마음속 분노나 슬픔, 아쉬움 등을 실컷 풀어내고 돌아와 한동안을 견뎠다.

“방황의 시작은 늘 외로움이었다. 내 몸에 들불처럼 번지는 고독을 위로받을 무엇 하나 없는 현실이 나를 바다로 도망치게 했다. 바다에 가면 나는 모래사장을 터덜터덜 걸으며 프랑스 시인 오르탕스 블루의 시 <사막>을 중얼거리곤 했다.

그 사막에서 / 그는 너무나 외로워 / 때론 뒷검음질로 걸었다. /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뒷걸음질로 걸으며 내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본다는 것은 지나온 날을 돌아보면서 아직은 생생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일이다. 저토록 발자국 선명한데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겼고, 외로움 따위한테 지지 않겠다며 다시 힘차게 일어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p.177~p.178)

외로움과 고통의 시간을 딛고 일어나 최고의 인간으로 변신한 사람들은 많다. 저자는 가장 고독한 사람이 가장 위대한 일을 해낸다고 전한다. 40대 중반에 감옥에 들어가 27년 동안 고독한 수감 생활을 견딘 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넬슨 만델라, 생식기를 제거당하는 궁형을 당하면서도 <사기>라는 명저를 완성한 사마천, 청력을 잃고도 수많은 명작을 남긴 베토벤 등이다.

책은 동서양 고전이나 철학, 문학과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췌한 명구들을 들려준다. 그것을 통해 고독이 인생을 더 깊고 넓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외로운 마음의 곳간을 긴 여운으로 남을 문학의 양식으로 채워주는’ 책이다. 힘들게만 여겨왔던 고독감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한다. 추운 겨울 밤 홀로 깨어 있을 때 읽기 좋은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더 이상 고독이 두렵지 않으리라.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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