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읽는 남자]④사랑하면 떠날 줄 알아야 한다
[연애 읽는 남자]④사랑하면 떠날 줄 알아야 한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10.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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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사랑과 집착에 대해 살펴보자. 사랑하게 되면 상대방에 대한 집착을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서 떠날 줄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건 이별을 위한 그럴 듯한 ‘핑계’일 뿐이라고?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오 자히르>는 때로 상대방을 떠남으로써 완전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조금 길지만, 이 소설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아내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던 어렸을 적의 꿈을 잊지 못한 채 만족스럽지 못한 생활을 한다. 한 인간과 온전한 관계를 맺는 데도 서툴러 결혼과 이혼을 되풀이한다.

그러다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잡지사 여기자 에스테르와 사랑에 빠져 네 번째로 결혼을 하게 되지만, 2년쯤 결혼생활을 하고 나자 이 관계도 삐거덕거린다. 여자들은 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구속하려 드는데, 나에게는 자유가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결국 아내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하지만 에스테르는 현실에 대한 나의 불만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방치한 채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것에서 오는 권태로움을 잊기 위해 자꾸만 새로운 모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나’는 여느 부부들과 달리 서로를 구속하기보다는 각자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근본적인 신뢰는 유지하는 관계라는 믿고 있었는데, 아내는 카자흐스탄 출신의 ‘미하일’이라는 남자와 함께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기에 배신감은 더욱 커진다.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떠나간 아내를 잊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결국 에스테르에 대한 애증과 집착은 극에 달하고, 말 그대로 그녀는 나의 ‘자히르’(아랍어로 광기 어린 편집증 혹은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원)가 된다.

신작소설의 사인회 날 미하일이 내 앞에 나타난다. 그곳에서 나는 에스테르가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떠난 것이 아니라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아내를 찾아 중앙아시아의 초원 카자흐스탄의 어느 마을로 떠나고, 사막을 건너는 험난한 여정 속에서 일상의 기적을 찬미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여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또 상대방을 발견하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자,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사람들은 외로움 때문에 사랑에 빠진다. 이성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 때문이기도 하다.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희생’이라고 하지만, 결국엔 자기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행위’로 작용할 때가 많다.

하지만, 사랑은 자신의 부족을 상대방으로부터 얻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자아를 완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누구를 다시 만나더라도 실망하고 새로운 상대를 찾거나, ‘별 남자 없다’거나 ‘별 여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이영애)가 상우(유지태)를 떠난 이유는 현실의 사랑에 미숙한 상우에 대한 버거움 때문이다.

훗날 다시 돌아온 은수를 뿌리친 상우는 현실의 사랑을 깨달아서이다. 아니면 한번 상처 입은 사랑에 마음을 닫은 때문이겠다.

그런데, 그 둘이 다시 사귀었더라면 어땠을까? <오 자히르>의 소설 속 주인공 나와 에스테르처럼 오히려 그 때가 완전한 사랑에 빠질 기회였다.

코엘료는 소설 속 인물 미하일을 통해 사랑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사랑은 길들여지지 않는 힘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통제하려 할 때, 그것은 우리를 파괴합니다. 우리가 사랑을 가두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의 노예가 됩니다. 우리가 사랑을 이해하려 할 때, 사랑은 우리를 방황과 혼란에 빠지게 합니다.”

서로에게 기대기만 하고, 필요한 것만을 요구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를 격려하고 지원해주는 건강한 연애를 모색해 보자. 사랑의 설렘이 끝나고 이제 심드렁해진 커플이라면, 때론 떠남도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임을 알아두자. 하지만, 그것은 서로가 안 맞는다는 ‘회피’가 아니라, 나에게는 무슨 문제가 있는가 냉정히 생각해 보는 ‘선택’의 계기여야 한다.

(사진 설명 - 영화 <봄날은 간다>. 이혼녀 은수는 현실의 사랑으로, 상우는 풋풋한 사랑으로 서로에게 끌리지만 완전한 사랑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훗날 그들이 다시 만나면 완전한 사랑을 했을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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