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영화처럼...허무 다룬 기이한 소설
미스터리 영화처럼...허무 다룬 기이한 소설
  • 북데일리
  • 승인 2007.10.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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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단편소설 <전기수 이야기>로 2007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승우의 신작 <그곳이 어디든>(현대문학. 2007)이 출간됐다. ‘월간 현대문학’에 2006년 3월부터 1년간 연재됐던 것을 묶은 책이다.

이승우는 <식물들의 사생활>(문학동네. 2000)과 <생의 이면>(문이당. 2005)으로 프랑스 페미나상 최종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른 한국문학의 기대주다. 올해 현대문학상을 비롯해 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삶에 대한 회의와 허무를 그렸다. 작가는 가상의 공간 ‘서리’를 배경으로 이방인 유가 겪는 기이한 사건들을 정교한 논리로 풀어낸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서쪽의 작은 마을 서리로 발령 받는 회사원 유. 그는 고요하고 황량한 풍경의 그곳에서 기이한 일을 겪게 된다. 여관방 창문 밖의 산봉우리에 감도는 붉은 빛을 목격하고, 산에서 돌집을 쌓는 노인 노아를 만나게 되는 것. 얼굴도 모른 채 하룻밤을 보낸 여자에게 지갑을 도둑맞거나, 폭력배들을 만나 고초를 겪는 등 불운도 끊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들의 연속은 무엇을 뜻할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서리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은 “어디든 존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삶의 이면”을 의미 한다.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이 작품을 두고 “의젓한 허무주의와 근본적 회의주의로 무장하고 있으며 생에 대한 가장 근원적 지점까지 질문을 밀어붙이는 치열성은 독자를 얼얼하게 만들 정도”라고 평했다.

결국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은 소설이라는 이야기. 그렇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각 장면은 미스터리 영화를 보듯이 머리 속에 생생하게 들어온다. 이승우의 뛰어난 상상과 묘사력은 독자를 난해한 주제로 친절히 이끌어 준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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