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침샘 자극하는 열대 과일
보기만 해도 침샘 자극하는 열대 과일
  • 북데일리
  • 승인 2007.10.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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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문제 하나. 다음 과일의 이름은? 힌트. 죽죽 찢어 속살을 먹고 껍질은 누군가 밟고 미끄러지건 말건 아무 데에나 던져도 좋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처럼 백 년이건 이백 년이건 썩지 않을 염려가 없기 때문.

정답은?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일 싸고 흔한 과일이 되어버린 ‘바나나’이다. 이것을 열대 과일의 전부로 알고 있는 이들을 깜짝 놀래킬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달콤한 열대>(월간 말. 2004)가 그 주인공.

지난 7년여 동안 동남아시아 여행을 오가며 오직 과일로만 허기진 배를 채워왔다는 작가 유재현. 그가 전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의 백미는 디지털 판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는 화가 김주형(www.cyworld.com/kocdu)의 오색찬란한 그림이다. 향기마저 느껴질 것 같은 생생한 열대 과일 그림. 잠시 감상해보자.

먼저, 강렬한 냄새로 싱가포르 전철에서는 반입 금지 식품이지만, 달콤한 그 맛에 `과일의 왕`으로 인정받은 두리안. 철퇴 같이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추어진 노란 속살은 기막히게 달콤하고, 강렬한 냄새를 풍긴다.

작가는 친절하게 신선한 두리안 고르는 법까지 소개했지만, 그의 말대로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써먹을 도리가 없다. 추운 겨울, 따듯한 동남아시아로의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이라면, 참고 할만 하겠다. 단, 여행 중에 아무리 멋진 이성을 발견하더라도, 절대로 두리안 나무 밑에서 사랑을 속삭이지는 말 것. 최대 8킬로그램까지 가는 둔중한 두리안 열매는 주로 밤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음 주자는 망고스틴. 두리안의 10분의 1도 안되는 작은 크기의 과일이지만 `과일의 여왕`이라 불린다. 두리안의 배필로서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크기이다.

아니나 다를까, 16세기에 말레이반도를 여행한 유럽 여행자 린스콘트는 과일 왕비의 후보로 망고스틴 대신에 오렌지, 포도, 망고 등을 제안했다.

망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망고랑 망고스틴의 관계가 궁금할 듯. 알고 보니 이 둘은 ‘아무런’ 관계도 없단다. 망고스틴은 감히 망고에 견줄 수 없는 귀한 과일이기에 `망고 따위는 내 발이야`라는 뜻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망고. 알고 보면 감나무, 대추나무처럼 어디나 널린 흔한 과일이라고.

망고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무려 25년 전, 70년대 군사 독재 시절에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했다는 망고음료가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자취를 감추게 된 사연이 재미있다. 요즘처럼 하와이 처녀 복장을 한 여인이 엉덩이 흔드는 춤을 추며 광고를 했는데, 어떤 일인지 `망고`가 일본어로 여자의 성기를 가리키는 속어란 소문이 장안에 파다하게 퍼졌다. 삼엄한 유신 정권 시절, 망측하게 살을 드러내고 엉덩이를 흔들었던 광고의 여파가 아닐까라는 작가의 추측에 수긍이 갈 법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또 하나의 열대 과일, 파인애플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도 소개된다. 먼저 영화 속 이야기. 일본 미남 배우 가네시로 다케시가 연기한 아무는 5월 1일까지 애인이 돌아오지 않으면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5월 1일이 유효기간인 파일애플 통조림`을 사 모았다. 결국 그녀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자, 그는 서른 개의 파일애플 통조림을 모두 먹어치운다. 유명한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의 첫 번째 에피소드이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니 놀랍다. 다름 아닌, 이 영화가 탄생하기도 전인 1980년대 어느 해 겨울, 작가는 골방에 처박혀 시체처럼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가게로 나가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와 먹어치웠다. 약 보름 간, 무려 스무 개의 통조림을 먹고 나니, 양철에서 풍기는 비릿한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신선한 생과일과 설탕물에 절여진 양철 깡통 통조림 과일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신선한 생 파일애플을 샀다면 한달은 충분히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파인애플에는 단백질 소화를 돕는 브로멜린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공복에 먹으면 위벽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다고.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더불어 풍부한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게다가 책 곳곳에는 열대 과일을 이용한 맛있는 요리 레시피도 실려 있어서 열대 과일의 풍성한 맛을 더해준다. 파일애플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과일이라는 오렌지 그리고 생강을 넣고 갈아 만든 파인애플 주스의 맛이 궁금하다면, 레시피를 따라 만들어 보자.

우리에게 익숙한 열대 과일 외에,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신기한 과일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가로로 자르면 별 모양이 되는 스타프루트, 영화 `그림 파파야 향기`에 등장하는 그린 파파야,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날아간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용과 등.

부록으로는 동남아시아 각 나라에서 불리는 열대 과일 이름이 일목요연하게 표로 정리되어 있다. 과일의 왕 두리안은 태국에서는 `투리안`으로 불리지만, 베트남에서는 `써우리엥`으로 불린단다. 이 책만 있다면, 적어도 먹고 싶은 과일 이름을 몰라서 당황할 일은 없겠다.

(사진 - www.cyworld.com/kocdu)

[윤지은 시민기자 wisej@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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