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 수채, 색연필 어우러진 섬세한 그림
흑연, 수채, 색연필 어우러진 섬세한 그림
  • 북데일리
  • 승인 2007.10.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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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피터 메카티의 그림은 중독성이 강하다.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애잔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 주로 흑연과 수채화, 색연필 등 잔잔한 재료로 세밀한 표현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질감의 화구가 갖는 섬세함이 그대로 배어난 작품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온화하고 따뜻하며 신비하다.

<달과 비행기>(2007. 마루벌)와 <나는 티라노사우르스>(2006. 마루벌) 두 권의 책은 이를 확인케 하는 매력적인 작업물이다. 피터 메카티의 섬세함이 드넓은 우주와 사나운 공룡을 만나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달과 비행기>는 달에 대한 여정을 마치 기행문처럼 여유롭게 그려냈다. 반면 2003 칼데콧 아너상, 2002 뉴욕타임즈 올해의 최고 그림책상에 빛나는 <나는 티라노사우르스>는 작품은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공룡의 성장일기라 할 수 있다.

표지부터 매력적인 <달과 비행기>는 무한한 우주의 신비함을 담고 있다. 헌데 책장을 열면 신비함은 애틋함으로 바뀐다. 구름 사이를 나는 비행기. 풀숲이 무성한 외딴 곳에 서 있는 너무나 작은 아이. 소년은 다다를 수 없는 드높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 비행기를 타 봤으면’ 이 짤막한 소망은 백일몽 같은 여행기를 남긴다. 광할한 우주도, 까마득하기만 한 비행기도 아이의 작은 염원 앞에서는 몸을 낮출 뿐이다.

한편 <나는 티라노사우르스>는 강자의 여린 내면을 그려낸다. “나는 왜 무서운 동물이 되었을까?”라는 독백은 이 거대한 공룡을 두려운 존재가 아닌 이해하고 싶은 대상으로 한 발 다가서게 하는 것.

육식공룡으로 태어난 아픔, 좋아하는 꽃을 밝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처량함. 어째 우리가 아는 티라노사우르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다른 공룡들처럼 알에서 태어났고, 엄마도 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쑥쑥 자라고 그 만큼 배가 고프다는 것 뿐. 스스로데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티라노사우스르의 이야기는 특별한 섬세함을 지닌다.

남자아이들이 서정적인 것에 관심이 없다면 서점에 들려보자. 그들이 좋아하는 딱딱한 주제에서도 이처럼 아름다운 책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관심사에서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의 몫이다.

[신주연 시민기자 snow_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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