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어달인` 조영민 "수업시간에 그냥 잤어요"
[인터뷰] `영어달인` 조영민 "수업시간에 그냥 잤어요"
  • 북데일리
  • 승인 2007.10.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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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영어 초보학습자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단어장이 있다. <3030 말하는 영단어장>이 그것. 2번 예문에는 1번과 2번 단어가, 3번 예문에는 2번과 3번 단어가 들어가는 방식으로, 예문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앞에 나온 단어를 복습하는 구성이 인기비결이다.

이 똑똑한 단어장의 주인공이 바로 조영민 씨다. 이번에는 암기가 아닌 `이해`의 방식으로 독자를 찾았다. 신작 <센스영어>(황매. 2007)와 함께.

암기를 지독히 싫어했고 그래서 영어가 지겨웠다는 그.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권과 공저자로 참여한 <고삐 풀린 영어>까지 지금은 영어책 세 권의 저자다. 최근 시내의 한 대형서점에서 그를 만났다.

조영민. 올해 29살, 대학은 자퇴했고, 통신회사에서 1년간 영업을 했단다. 그 후 노점상을 6개월. 지하철에서 파는 미니카를 친구 세 명과 함께 다니던 학교 앞에서 팔았다고 했다. 돈이 모이면 여행가고, 떨어지면 또 모아 여행을 했다.

지금은 방송통신대에 다니며 과외선생님으로 학생들을 만난다. 정작 자신은 과외를 받아본 적도, 유학 경험도 없단다. 언제부터 영어에 감이 생겼을까? 그의 대답은 이랬다.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한 건 군에 입대하면서예요. 그전까진 머릿속에 아무런 문법 지식도 없었어요. 중고등학교 때 영어시간이요? 그냥 잤죠. 암기 말고 이해할 순 없을까 고민했어요. 언어라는 건 세 살배기 꼬마도, 여든 살 할아버지도, 대통령도 거지도 쓰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결코 어려운 원리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그는 한 가지 대전제를 세웠다고 했다. 그 대전제에 따라 영어 단어의 우리말 뜻을 놓고 이리저리 생각해봤더니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는 영어를 `이해`하는 중요한 원리로 자리 잡은 대전제를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전했다.

"하나의 영어 단어나 문법에는 단 하나의 핵심적인 이미지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다의어`로 알고 있는 단어들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하나의 뜻으로 모인다는 얘기다. 단어를 만나면 그는 추측놀이에 빠진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단어의 뜻을 가지고 과거로 가보는 것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경험이란다. <센스영어>에 고스란히 녹여낸 조영민식 영어 이해법,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make는 우리말로 `만들다`라는 뜻 ▶ 만든다는 건 이전에 없던 걸 만들어 내는 거지? ▶ 없던 걸 만들어내려니 힘이 들 수밖에 ▶ 아, 그래서 make it 하면 뭔가 어려운 일을 `해내다`라는 뜻이 되는구나

@ drive에는 `운전하다`란 뜻이 있지 ▶ 보통 `차를 운전한다`는 말을 많이 쓰고 ▶ 그런데 지금은 차가 있지만 차가 없는 과거엔? ▶ 말이나 소를 타고 다녔겠지? ▶ 말을 몰다, 소를 몰다 ▶ 아, 그래서 drive에 `몰다`라는 뜻도 있구나 ▶ 우리말에 `궁지에 몰다`라는 표현도 있는데? ▶ 역시, 이 때 영어로 drive (drive sb into corner)를 쓰네

물론, 이런 식의 추측이 모든 단어에 들어맞는 건 아니라고 그는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조영민식 학습법의 핵심은 `틀려도 상관없다`는 것. 정답을 맞히려는 게 아니라 재미있어서 하는 공부이기 때문이란다. 오히려 틀렸을 때 효과가 더 크다고 전했다. 이는 과외를 할 때도 마찬가지.

"학생들에게 배운 내용을 직접 읽고 녹음하게 해요. 그걸 받아쓰기 해오라고 숙제를 내죠. 이미 공부한 내용이고, 배운 대로 발음을 했는데도 자기가 말한 내용이 들리지 않을 때 아이들은 당황해요. 이 때 느끼는 낯섦이 최고의 학습법이죠. 낯섦은 의문을 낳고, 의문을 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학습법을 찾아가더라구요."

과외를 하면서 매일 배운 것을 활용하고, 또 공부한다는 그. 항상 학습자로서 영어를 대하기에 책을 쓸 때도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영어 선생님보다 영어 공부를 좋아하는 친구가 해주는 설명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쉽듯, 조영민의 영어책은 쉽고 친절하며 재미있다.

독자를 꼼꼼히 챙기는 배려 또한 돋보인다. <3030 말하는 영단어장>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독자의 이름을 쓸 수 있는 칸을 마련했다. 책에 표시하고 밑줄 그으며 독자가 직접 참여한 후에야 완성되는 책이라고 생각했단다.

이번 <센스영어>의 독자들을 위해서는 `확장판`을 마련했다며 목소리가 밝아졌다. 일명, "Sense English Online Expanded Edition". 조영민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다. (blog.naver.com/senti79)

원래 출판사에 보낸 최초 원고에는 직접 그린 그림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결국 삽화가의 그림으로 대체되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준비해 온 두 장의 그림을 보여주며 퀴즈를 내고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 생기가 가득했다.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게 분명한 이 그림들은 현재 블로그에 연재되고 있다. <센스영어>의 친절하고 쉬운 설명과 어우러져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할 듯하다.

"암기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 딱 거기까지입니다."

이 한마디로 그는 <센스영어>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 독자를 현혹시키는 제목들, 과장된 광고문구가 가득한 영어책 시장. 그 속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 될 만큼 짧고 간결한 홍보다. 하지만, 부지런히 암기하다 결국 영어를 포기했던 학습자라면, 겉만 번지르르한 영어책에 속아 의욕을 잃어본 독자라면 분명히 알아줄 것이다. 그 요령 하나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라는 좌우명으로 29살 인생을 살아왔다는 작가 조영민. 재미있는 영어공부를 향한 꿈에서 출발한 <센스영어>는 꼬박 2년이 걸렸다고 했다. 출판사에서 제안한 2권은 아직 시작하지 못한 상태. 일단은 좀 쉬고 싶다고.

뭐든 직접 해보고 쉽게 풀어 알려주려는 그이기에 다음 책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영어의 새로운 재미와 요령을 많이 찾아내는 건강한 휴식기간을 보내고 돌아오기를. 그리고 그때는 직접 그린 그림도 꼭 함께 담고 오기를 기대해본다.

[구희진 시민기자 hermonolo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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