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가 뜻밖에... "밤새 인터넷 서핑"
이외수가 뜻밖에... "밤새 인터넷 서핑"
  • 북데일리
  • 승인 2007.10.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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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어릴 때 엄마와 사별. 5살부터는 동냥밥으로, 젊은 시절은 노숙자처럼 삶을 버텨낸 소설가 이외수(63). 그는 1975년 <세대>에 중편소설 <훈장>으로 데뷔했다. 지금의 이외수를 만든 소설 <꿈꾸는 식물>(1978) 이후 출간된 작품 대부분이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며 ‘이외수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겨울나기>, <말더듬이의 겨울수첩>, <들개>, <날다 타조>, <장외인간>, <글쓰기의 공중부양> 등은 이외수에게 글쓰기란 살기위한 방편이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런 그가 인터넷 서핑에 빠져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글만 쓰는 줄 알았던 이외수가 인터넷 삼매경이라니. 사실 확인 차 최근, 그가 살고 있는 강원도를 다녀왔다.

강원도 화천 감성마을. 강과 산뿐인 경관을 40분쯤 걸어 들어가니 이외수의 집이 산속에 낮게 들어앉아 있었다. 반갑게 맞아주는 부인과 담소를 나누며 아직 기상하지 않은 그를 기다렸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나자 문하생이 그의 방으로 안내했다.

이외수의 방에 들어서자 커다란 벽걸이 TV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문하생과 그의 책상 앞엔 컴퓨터가 켜있었다. 방금 잠에서 깬 듯한 이외수. 그의 심벌인 긴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었다.

잠이 덜 깬 표정의 그에게 하루 몇 시간정도 컴퓨터를 하냐고 묻자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요즘 하루 종일 컴퓨터에 붙어살아. 밤새 서핑하고 아침에 잠이 들어 오후 3시쯤 일어나. 여간 재미있는 게 아니야. 매일 매일 자투리 글을 만들어 playtalk.net/osioo에 올리면 30개가 넘는 덧글이 달리는데 그러면 또 일일이 답을 해줘.”

이어 인터넷 악플러를 어떻게 대처하는가 물으니 ‘귀여운 안티’로 부른다고 했다.

이외수는‘playtalk’외에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도 매일 거르지 않고 방문하고 답글을 단다. 공식 홈페이지 oisoo.co.kr 에는 그림, 시, 서적에 관계된 자세한 내용과 주말마다 그의집을 방문할 수 있는 동호회 모임도 열람할 수 있다. 20년이나 지속된 이 모임은 작가의 권위적인 벽을 허물고 독자에게 허물없이 다가가고 싶은 이외수의 바람이 담겨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TV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렸다. 이외수가 좋아하는 건 컴퓨터만이 아니었다. 컴퓨터만큼이나 즐겨보는 것은 바로 텔레비전. 이외수는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박정아 하기로 결정했어. 그런데, 황보랑 자꾸 헛갈리는거야. 자주 찾아오는 연예인은 김장훈, YB(윤도현), 엄태웅, 류승범, 류승완 형제. 즐겨보는 프로는 뉴스, 바둑, 스포츠, 야동.”(웃음)

이어 어린 청소년들의 성인물 탐닉에 대한 견해를 덧붙였다.

“현대인들의 질병이야. 행복의 척도를 물질적 풍요에서 찾으니까 그런 거지. 예를 들어 요즘 식당에서 버릇없이 행동하는 아이 제재하지 않는 부모 많잖아. 그런 두둔이 아이를 병들게 하는 지름길인거야.”

그는 “사람에게 가르침은 자연에게 있어. 자연체험이야말로 아이들 인성에 가장 좋은 밑거름이 되는 거야”라는 조언 또한 잊지 않았다.

화두는 책으로 옮겨 갔다. 자기계발서를 읽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이랬다.

“그걸 누가 읽어. 읽는다고 달라져? 모두가 알고 있는 말 뿐인 자기계발서는 실천 없이는 아무 소용없는 거야. 사회적 지위, 물질적 풍요 그런 것들이 행복의 지수가 되고 있는 데 그거 위험한 거야. 사람들의 감성이 메말라지는 것도 다 그 때문이고”

이외수는 평생 ‘목숨 건’ 글쓰기를 이어왔다. 수면 시간도 4시간을 채 넘기지 않는다. 이렇듯 부지런한 그에게 ‘자기계발서 읽기’는 무의미 한 듯 보였다.

“자기 자신과 싸워 이겨내는 거야. 그런 생활 속에 녹아든 자기경영이야말로 자신을 향상 시키는 것이고, 그런 가르침들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쌓여가는 거야"

초연한 모습을 보니 문득 그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의 답은 의미심장했다.

“알에서 애벌레로,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고치로, 고치에서 나방으로. 인간은 소멸하고 탄생하는 길 위에 있는 거야. 형태와 차원이 달라지는 것 일뿐 어떤 것도 완전히 멸해지는 것은 없어.”

그는 세상 속의 자신을 볼 때, 수많은 갈래 길 위에서 선택을 하게 될 때, 현상에 치우치지 말고 본성에 따르라고 권했다. 한정된 것에서 사고하지 말고 늘 우주속의 자신으로 판독하라는 것.

이외수는 자신을 ‘종신애정결핍증환자’라고 고백했다. 이런 사랑부족현상이 그에게 글을 쓰게 만들었다. 그는 여전히 글로써 사랑받기를 원했다.

독자들에게 건넬 한마디를 부탁하니 “이외수 좀 팍팍 밀어주세요” 라며 귀여운 웃음을 지었다. 또한, 책을 읽을 땐 더없이 감상적으로 감정에 몰두하길 바란다는 당부도 덧붙였다. 박민규의 <카스테라>, 이철환의 <반성문>, 자신의 책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를 추천 책으로 꼽기도 했다.

대학교수 섭외는 없었냐는 마지막 질문에 이외수는 자신이 가르칠 게 무엇이 있겠냐며 밝게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예술은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권위와 유혹의 기득권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거든. 사람들이 날 이단아라고 하잖아.”

담뱃불을 끄는 그의 손은 뼈만 앙상하게 주름 잡혀있었다. 비단 손만이 아니었다. 바스러질 것처럼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그의 육체 또한 마찬 가지였다. 하얀 바지에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그의 순수한 미소가 오랜 시간 가슴에 잔류로 남았다.

[서용석 시민기자 modernsight@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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