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찾는 가을 `연인처럼 품고 다닐만한 소설`
사랑찾는 가을 `연인처럼 품고 다닐만한 소설`
  • 북데일리
  • 승인 2005.10.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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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숭배를 받을 만한 책" 이라는 P.J. 캐버너의 평가는 알랭 드 보통(37. 사진)의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청미래. 2002)에 대한 헌사이지만 조금, 부족한 표현이다.

알랭 드 보통이 철학적으로 통찰한 사랑에 대한 본질은 이 책을 읽을 수록 보다 간절하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이 가을, 사랑에 빠졌거나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사랑에 실패한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깨닫지 못하거나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서양 사상에는 결국 사랑은 보답 받을 수 없는, 일방적으로 사모하는, 마르크스주의적인 작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오래 되고 우울한 전통이 있다. 사랑이 보답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욕망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사랑은 방향일 뿐 공간은 아니다. 목표를 성취하면, `침대에서건 어떤 식으로건`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면 소진되어버린다.”(본문 중)

저자 알랭 드 보통은 비트겐슈타인과 아리스토텔레스, 파스칼을 이야기하지만 철학적 논쟁의 소재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이론들을 시처럼, 동화처럼 풀어 읊조리고 지금 시간과 상황에 현명하게 ‘적용’시킨다.

화자인 주인공이 여인 클로이를 만나 사랑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두 남녀의 심리를 진지하게 반영한다. 그 시선은 가슴 속 밑바닥에 깔린 사소한 미움들, 켜켜이 쌓인 해묵은 오해들, 돌이킬 수 없는 비난들, 그 원인과 같은 실수가 일어날 확률 등에 대한 치밀한 기술로 완성된다.

주인공과 클로이의 사랑이 완성되지 못하는 이유는 충분한 설득력과 자연스러운 사례로 묘사되어, 사랑의 소중한 가치를 망치는 연인들의 아집과 욕심의 헛됨을 깨닫게 해준다.

알랭 드 보통은 스물다섯의 나이에 이 책을 펴냈다. 철학 전반에 걸친 깊이 있는 이해를 사랑의 갈등 국면에 접목시키는 작가의 솜씨는 스물다섯이라는 나이를 의심케 만들 정도로 세련됐다.

일견 평범한 러브스토리같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사랑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어떻게 이토록 쉽고 설득력있게 기술될 수 있는지 증명해 주는 소설이다.

사랑의 아픈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와, 혹은 누구와도 이젠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는 이에게 이 책은 말없는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당신의 다음 사랑은 반드시 `완성`되어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쓸쓸하고 누군가에게는 행복한 이 계절, 외출할 때면 알랭 드 보통의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가슴에 품고 다니면 어떨까.

(사진 = 1.로댕 作 `키스` 2. 영화 `너는 내 운명` 중 스틸컷)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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