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은 월드컵 아니다" 황석영의 쓴소리
"노벨상은 월드컵 아니다" 황석영의 쓴소리
  • 북데일리
  • 승인 2007.09.28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데일리] 한국의 대표 문인 황석영. 그는 고은과 함께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다.

최근 10월 8일부터 노벨상 발표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한 번 수상 여부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황석영 자신의 입장은 어떨까.

문예 계간지 <문학의 문학 2007 가을>(동화출판사. 2007)의 창간특집 대담에서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다음은 대담의 한 대목.

“‘그노무 노벨상 타령’ 때문에 참으로 번거롭고 골치 아픈데요. 일등, 일류, ‘쯩’ 학벌 좋아하는 경쟁 사회가 우리 근대화의 표정이었던 습성 때문일 겁니다. 노벨상은 아마도 우리에게 ‘선진국’의 표상으로 박혀 있는 모양이에요.”

이처럼 주변의 기대와는 다르게 정작 본인은 심드렁하다. “노벨상을 우리 문학의 최종 가치로 삼는 일은 그릇된 일”이라는 것.

또한 그는 “문학상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아니다”라며 “세계에 우리 문화 전반이 일천하게 알려진 현실을 직시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그는 세계의 박물관이 우리 예술품을 대하는 태도와 우리 문화원의 빈곤함을 예로 들었다.

“우선 우리 문화의 전반이 일천하게 알려져 있다는 현실을 생각해보세요. 세계 유수의 박물관에 가보면 우리 예술품은 문간방 신세이거나 중국 일본 옆에 기생하고 있는 꼴이지요. 세계의 대도시에 가보면 우리 문화원이란 게 일본이나 최근의 공세적인 중국 문화원에 비해서 그 장소나 규모가 얼마나 초라한지 보게 될 겁니다.”

또한 해외에 우리 문학을 알리려는 노력도 이제 걸음마 단계에 와 있음을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군사정권 시절 통치적 차원에서 일부 문인과 작품을 선택하여 날림 번역과 편집 교정으로 그 존재를 알 수 없는 현지 ‘출판사’에서 건성으로 출판하던 실적 위주의 차원에서 민간 정부 이후 이제 겨우 논의가 정돈된 현실입니다. 따라서 일본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자기네 말을 배우고 문학을 아는 현지인 번역자를 세계 도처에서 길러낸 노력에 비한다면 우리는 아직도 초창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황석영은 이런 생각을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라는 한 마디 속담으로 표현 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조건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우리 문학은 바깥을 알고 나서 새삼 살피면 그야말로 세계적으로 대단한 점이 있는 문학” 이고, “노벨상이 주어진다면 작고한 분들까지 따져서 적어도 20여 명쯤은 자격이 있다”며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호언하기도 했다.

이런 황석영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어김없이 독자들은 그의 수상소식을 애타게 기다릴 듯싶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 문학의 자부심을 위해서도 노벨상 논란은 물밑으로 조용하게 해주었으면 하다”라는 작가의 당부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