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4대강 재앙 떠올리게 하는빅토리아 호의 비극
[책속의 지식] 4대강 재앙 떠올리게 하는빅토리아 호의 비극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21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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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대습격> 앤드루 니키포룩 글 이희수 옮김 / 알마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코앞의 이득만 생각한 정책은 대재앙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무시한 탁상공론은 생태계의 연쇄재앙을 부르기도 한다. 4대강 논란을 생각하면 남의 일이 아니다.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의 이야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는 아일랜드만한 크기의 야트막한 내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한때 다윈이 꿈꾼 호수라고 부를 정도로 생태학적 다양성이 뛰어난 곳이었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농어목의 물고기 나일퍼치가 유입돼 대대적인 규모로 호수의 여러 종이 전멸되는 다윈의 악몽이 펼쳐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알고 보니 영국인들의 우매한 정책 때문이었다.

본래 이 호수에는 담수어인 시클리드라는 물고기들의 천국이었다. 현지인들은 이를 푸루라 불렀다. 푸루는 600여 개의 다채로운 종으로 인근 수천 명의 어부가 푸루조업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 물고기를 중심으로 경제가 꽃을 피웠다. 하지만 이런 혜택은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 어느 날부터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나일퍼치의 배를 가르기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푸루를 보고서야 사태를 파악했다.

이 외래 침입종인 나일퍼치가 푸루를 잡아먹었다. 식민 통치자였던 영국인들이 빅토리아 호수에서 잡히는 어류의 규모와 다양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호수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 자라면 길이가 2m나 되는 외래종을 호수에 풀어 넣었던 탓이다. 몸집이 작은 자생종 물고기보다 크기가 큰 외래 어종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의 먹을거리가 된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나일퍼치는 200여 종에 이르는 푸루를 몽땅 잡아먹고 먹을 것이 없어지자 참새우와 자신의 새끼들까지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이를 본 현지인들은 자신의 종을 먹는 나일퍼치를 멀리했다. 호수 주변의 어린이 중 절반이 배를 곯고 있는 실정이다. 식량난에 도움이 될 거란 예측은 빗나갔다. 부작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내다 팔 물고기가 없어지자 현지 여성들은 몸을 팔기 시작했다. 어부들이 퍼치를 싣고 돌아오길 기다렸다 매춘을 하고 그 대가로 생선의 머리나 꼬리를 얻어 갔다. 여기서 에이즈 감염률이 높아진다. 퍼치의 재앙은 계속됐다. 조류를 먹는 푸루가 멸종하자 청녹조가 급증했고 이후 적조 발생으로 호수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결국 부레옥잠인 물히아신스가 호수의 90%를 덮는 재앙이 닥쳤다.

인간이 초래한 대유행병을 보여준 <바이러스 대습격>(알마.2015)에 소개된 이야기다. 책의 저자는 이를 두고 이솝 이야기에서 두 명의 애인을 둔 노인 이야기의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전위적인 우화라 평했다. 간략한 이솝 우화를 전한다. 우리는 과연 대머리 노인 신세를 면할 길이 있을까.

‘젊은 애인은 노인의 백발을 싫어했고, 나이 많은 첩은 검은 머리를 보기 싫어했다. 결국 노인은 두 여자에게 머리털을 몽땅 뽑히고 말았다. 노인은 대머리 일부다처주의자가 됐다.’ -본문 중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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