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도 월요병 있다? 전직기자 `사오정일기`
백수도 월요병 있다? 전직기자 `사오정일기`
  • 북데일리
  • 승인 2005.10.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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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에게도 월요병은 있다? 직장인이 겪는 월요병이 백수에게는 얼마나 더 고통스러운 것인지 <백수의 월요병>(서울 셀렉션. 2005)은 담고 있다. 저자 최영록씨는 20년간의 신문기자직을 그만두고 백수생활을 하게 된 지난 10개월 남짓한 시간을 일기로 엮어냈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을 ‘백수건달’이라고 칭하며 월요병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의 표현이다.

“백수건달에게도 월요병이라는 게 있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월요일이 오는 게 너무 겁나고 싫다는 것이다. 월요일이 아예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무슨 말인가. 백수들도 토요일, 일요일을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 왜냐? 그때는 세상 사람들이 다 쉬는 날이니까. 백수인지 아닌지 모르지 않는가 말이다. 군중, 대중 속에 같이 있으니까. 동류의식을 느낀다. 그래서 가장 죽을 맛은 월요일 아침이다. 어디 갈 데가 없지 않은가.”

나이 50을 목전에 둔 저자의 일기는 40~50대 중년퇴직자들(사오정)의 애환을 담고 있다. 저자는 나이 50을 바라보는 자신이 사회에서 일할 기회를 얻기란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 가운데 비슷한 연령대의 `백수 가장`들이 의외로 많이 있음을 알게 된 저자는 고령화시대를 맞이했지만 한창 일할 나이의 중년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의 비균형적 고용시스템이 남성전업주부들을 양산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완전주부를 꿈꾼다. 칼같이 청소하고 머리카락 하나 없이 쓸고 닦는다 해도 늘 흔적은 남는다. 처음부터 새로 배워야겠다. 살림 할 때의 아내에게 버금가게 하여 칭찬받고 사랑받는 남편이 되고 싶다.”

남성전업주부를 소재로 한 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의 주인공처럼 저자 역시 이러한 고백을 통해 본의 아니게 된 전업주부지만 일하러 나간 아내의 빈자리를 성실히 메워나가고 싶다고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한국의 전업 남성주부가 14만명으로 집계됐다.

<미스터 주부퀴즈왕>의 대사처럼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인 가사일의 역할이 아내와 남편 중 누구에게 전담되는가에 대한 논쟁은 지금의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

저자는 책에 실린 일기를 통해 궁핍해진 경제생활에 대한 한숨을 내쉬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위해 집안일을 맡게 된 것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지는 않는다.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자신이 맡은 일을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친구들이 지어준 ‘웰빙 백수’라는 말은 독서와 술을 즐기고 잡문을 쓰는 자신을 향한 놀림이다. 이 놀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저자는 청년의 나이에 꾸었을 원대한 포부를 지금 이루고자 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가 지금 원하는 것은 일로 피곤한 아내가 조금 일찍 퇴근하는 것과 진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될 수 있는 `착하고 성실한 가장`이 되는 것이다. 저자가 꾸는 소박한 꿈은 읽는 이에게 가끔의 웃음과 행복을 전해준다.

(사진 = 영화 `미스터 주부퀴즈왕` 스틸컷)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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