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소설 <댓글부대> 소설이야 현실이야?
장강명 소설 <댓글부대> 소설이야 현실이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17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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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 장강명 글 / 은행나무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처음엔 재미있었다. 읽다 보니 불편해졌다.” “불필요하게 가입했다고 생각되는 사이트에서 탈퇴했다. 실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과 허구가 절묘해서 사실 같은 이야기다.”

장강명의 신작 소설 <댓글부대>(은행나무.2015)에 대한 네티즌의 한 줄 평이다. 책은 출간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이 모티브가 돼서다. 물론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에 착안해 여론몰이의 폐해를 다뤘지만, 권력과 보수 세력의 문제만 지적하지 않는다. 소설의 기저에 깔린 근본적 문제, 즉 한국 사회의 진영 논리가 인터넷 커뮤니티 여론에 확장 적용되고 있다는 저자의 생각이 반영된 작품이다.

소설은 세 명의 20대 청년이 조직한 팀-알렙은 인기업 상품평과 유학 후기 등을 지어내는 등 여론조작으로 번 돈으로 유흥업소를 드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W전자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를 그린 영화’ 개봉으로 이들은 전환점을 맞는다.

수수께끼 조직 ‘합포회’가 나타나 ‘노동자 인권 문제를 다룬다는 영화사가 오히려 더 스태프를 착취했다는’ 악성 루머를 퍼뜨리자는 팀의 작전을 실행에 옮기게 지시한다. 작전은 성공하고 영화는 여론의 역풍으로 흥행에 실패한다. 팀-알렙은 이 일을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믿게 되고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후 점점 강도 높은 지시가 내려진다.

저자는 책에 수록된 ‘출처에 대하여’를 통해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라고 밝혔지만,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신중현, 국정원, 삼성전자’ 등 실명과 연상 가능한 명칭이 등장해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릿하다. 이런 현실이 투영된 허구는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고 속도감을 높이지만 동시에 불편한 감정도 동반한다. 진짜 현실 같기 때문이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비례한 작품 속 비인간적 요소들과 건조하고 메마른 문체는 너무도 사실 같은 내용과 만나면서 현실에 대한 무력감을 준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문학계에 재미와 젊은 작가의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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