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침팬지가 싸울때 상대 고환 뜯어내는 까닭
[책속의 지식] 침팬지가 싸울때 상대 고환 뜯어내는 까닭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17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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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훈 글 / 더난출판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중국의 선승 임제의 글이다. 인문학적 지식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ET가 인간을 보면?>(더난출판.2015)은 이를 “머무는 곳 어디서든 주인이 되자, 서 있는 곳 어디에든 진리가 있다.”로 해석했다. 책은 이 말을 인용해 ‘내 머리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인문학 홍수 시대, 책은 인간과 관련한 여러 주제를 통해 생각 거리를 제공한다.

예컨대 인류는 침팬지보다 나을까? 동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은 침팬지와 다르지 않다. 책에 따르면 침팬지도 정치적 동물이다. 수컷 사이에 서열과 파벌이 존재하고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돌을 던지고 나무를 휘두르는 화려한 개인기를 구사한다. 인간 사회의 정치인들이 능력을 과시하려고 벌이는 헛된 모습과 다르지 않다. 특히 힘 있는 놈 주변에서 줄을 대는 것도 비슷한 부분이다.

특히 침팬지와 인간의 잔인한 습성을 교차시키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침팬지는 먹이를 놓고 다른 부족과 경쟁하다 수적으로 우세하면 먼저 공격한다. 잔인하게 상대를 제압하면 고환을 뜯어낸다. 책은 원수의 씨를 말리기 위해 삼족을 멸하던 우리 조상을 닮았다고 말한다. 침팬지 사회와 인간 사회의 수준이 다르다 말할 수 있을까. 반문하게 되는 대목이다.

책의 매력은 정치‧경제‧사회 및 일상의 에피소드를 인문학적 상상력의 소재로 삼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조류인플루엔자을 통해 종차별주의를 논하고 함무라비 법전을 잇대어 한국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식이다. 일련의 내용은 모두 ‘인간이란?’이라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또한 인류의 사색은 부처와 공자, 에피쿠로스와 디오게네스, 장자와 묵자 등이 나타났던 ‘축의 시대’(기원전 500년 전후 약 600년의 기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은 공감을 부른다.

“우주가 생겨난 게 138억 년, 인류가 진화한 게 약 100만 년이다. 우주 나이를 하루로 치면 인류가 존재한 기간은 5초에 해당한다. 한 개인의 평균 수명을 80년이라 하면 0.000004초, 찰나에 불과한 삶을 우리는 지상에서 누리다가 떠난다. 눈 깜짝할 사이에 태어났다 죽을 목숨이니 인간이 하루살이보다 낫다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만유인력으로 우주를 설명한 뉴턴은 말했다. “나는 바닷가에서 노는 어린이일 뿐이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드넓은 진리의 바다, 그 앞에서 조금 더 매끄러운 조약돌이나 조금 더 예쁜 조가비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꼬마에 불과하다.” -213쪽

책의 관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좋은 책은 생각꺼리를 안겨준다. 이 책은 생각 꾸러미를 다발로 던진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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