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음악의 거장 모차르트 베토벤도 비정규직
[책속의 지식] 음악의 거장 모차르트 베토벤도 비정규직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15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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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과 반전의 순간> 강헌 글 / 돌베개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음악에 있어 '신계'에 가까운 모차르트와 베토벤. 각자 색깔은 다르지만 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음악사가 부각시킨 ‘성공신화’와 ‘천재성’에만 주목한다. 이와 다르게 평생 비정규직이었던 두 음악가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그들이 살았던 당시 음악가들에게도 계급적 위치가 있었다. 이를테면 귀족‧중간계급‧하층계급으로 나눈다면 서양음악사의 음악가들 대부분은 예외 없이 다 중간계급 출신이다. 이런 세계에서 음악가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인기를 얻어야 했다. 철저하게 경쟁을 통해서 승리를 거두는 욕망을 탑재하는 사회였다.

더구나 중간계급은 성공하면 귀족과 겸상을 할 수 있었고 뜨지 못하면 하층계급처럼 살아야 하는 위치였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은 중간계급으로 치열한 경쟁에 놓여 있었다. 동시대를 살았던 둘을 비교했을 때 베토벤에게 천재성은 없었다.

이를테면 모차르트는 악보를 쓰려는 순간, 이미 머릿속에 작곡이 다 되어 있었다. 오페라의 서곡을 하룻밤 만에 쓰는 반면, 베토벤은 항상 들고 다니는 노트에 떠오른 악상을 고치고 고쳐가며 완성했다. 모차르트는 타고난 천재였지만 베토벤은 노력형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모차르트의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고수입의 안정된 직장은 얻지 못했다. 잘츠부르크 오르가니스트라는 한직을 맡았을 뿐이다. 성공적으로 오페라를 공연하고 그를 인정한 뮌헨과 만하임, 파리, 런던, 로마 등 유럽의 도시들은 그에게 직업을 주지 않았다. 그는 쓸쓸한 말년으로 생을 마감했다.

온갖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베토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빈의 궁정 악장을 한 번 해보려고 애썼지만 실패했다. 베토벤을 아끼고 후원해 그의 말년 모든 것을 책임졌던 루돌프 대공의 경우도 베토벤에게 궁정 악장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음악사 속 주목해야 할 순간을 담은 <전복과 반전의 순간>(돌베개.2015)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들의 음악성과 음악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에게 고정적인 일자리를 주지 않았다. 두 음악의 거장을 고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책에 따르면 베토벤과 모차르트는 귀족들의 질서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들을 후원한 귀족들은 자신에게 기꺼이 머리를 숙이길 바랐지만, 그렇지 않았던 둘을 밑에 두고 일을 시키고 싶진 않았다. 예술가들의 민낯이 담긴 이야기는 천재들의 삶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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