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포스트잇] 알랭 드 보통 “한국 달 항아리는 겸손의 미덕에 최상의 경의"
[책속의 포스트잇] 알랭 드 보통 “한국 달 항아리는 겸손의 미덕에 최상의 경의"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14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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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 알랭 드 보통‧특별전 팀 글 김한영 옮김 이종근‧박중근 사진 / 은행나무

 

                      [작자 미상, 백자호, 1800~1900년경]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이 작품은 쓸모 있는 용기라는 점 외에도, 실은 겸손이라는 미덕에 최상의 경의를 표하는 작품이다. 항아리는 표면에 난 작은 흠들과 얼룩덜룩 변질된 색, 불완전한 유약 처리와 비대칭적인 형태를 통해 겸손의 미덕을 강조한다. 가마 속으로 뜻하지 않게 불순물이 들어가 표면 전체에 검은 티끌이 무작위로 퍼졌다.

이 항아리가 겸손한 이유는 그런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여서다. 그 결함들은 단지 항아리가 신분 상승을 위한 경주에 무관심하다고 시인하는 요소일 뿐이다. 거기에는 자신을 지나치게 특별한 존재로 내세우지 않는 지혜가 담겨있다. 항아리는 궁색하지 않으며, 다만 지금의 존재에 만족한다.” -35쪽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조선 시대 달항아리를 두고 한 말이다. 외국 작가가 바라보는 한국 공예의 가치는 진중하고 깊이 있다. 그는 달항아리를 통해 겸손함의 이상을 확실히 목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항아리가 주는 겸손함은 세속적 지위 때문에 오만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 인정받기 위해 안달하는 사람에게 강렬한 감동을 줄 거라 확신한다. 도자기 한 점에 암호처럼 새겨진 가치에서 영감을 얻을 때 삶에 변화를 이루려는 열망이 되살아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예작품을 통해 우리 삶을 더욱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작가의 시선이 돋보인다.

알랭 드 보통이 한국 공예 작품을 직접 기획하고 각각의 작품에 대한 독특한 비평을 담은 전시 작품집 <알랭 드 보통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은행나무.2015)에 실린 내용이다. 작가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비평을 통해 한국 공예의 세계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 <사진제공=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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