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하사탕'처럼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면 이 책을
영화 '박하사탕'처럼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면 이 책을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2.10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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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 돌아가고 싶어> 이누이 루카 글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가능하다면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그날’이 하루 쯤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날은 어떤 날일까? 아마도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날일수도 아니면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작가 이누이 루카의 소설 여섯 편을 묶은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문학동네. 2015)는 다양한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 ‘그날’로 돌아가는 신비로운 시간여행을 담았다. ‘한밤의 동물원’, ‘시간을 달리는 소년’, ‘뱀불꽃’ 등이다.

표제작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는 자원봉사를 하러 간 양로원에서 만난 노인 '이시바사‘의 이야기다. 그는 양로원의 휴게실에서 ‘존재감 없는 관엽식물처럼’ 휠체어에 앉아 창밖만을 볼 뿐이다. 그는 늘 목각으로 된 부부인형을 손에 쥐고 있다. 그런 그가 유독 나에게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험심 많은 그는 젊어서부터 수많은 일을 벌였다 실패해 경제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이다. 그 자신도 이미 실패한 인생이라는 걸 아는데, 아내만은 마지막까지 그 편이다. 그런 아내가 암에 걸렸지만 돈이 없어 치료를 제대로 할 수도 없다. 암이 몹시 악화된 아내는 끝내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아내의 이야기를 하며 그는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되풀이 한다.

“왜 돌아가고 싶은지, 돌아가서 어떻게 하려는지…… 나는 알것 같았다. 설령 남은 시간이 아무리 짧다 해도 노인은 그 순간까지 부부로 살아온 아내와 함께하고 싶었을 것이다. 죽으려는 아내를 구하고 싶다. 살리고 싶다. 이시바시 노인은 그러고 싶은 것이다.” (p.155)

날씨가 풀린 4월의 어느 일요일, 호수로 산책을 나간 이시바시 씨는 아내와 재회를 하는데...

일본의 평론가 ‘미야기타니 마사미쓰’는 이 소설이 ‘과거와 현재, 생과 사가 모자이크처럼 직조’ 되었다고 말했다. '환상소설’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짧지만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다음은 저자가 한 지면에 남긴 후기다.

“어떤 인생이든 반드시 분기점이 되는 순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그날’도 있거니와, 타이밍이 아주 약간 어긋나 이후의 인생이 뒤흔들리는 ‘그때’도 있으리라.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p.302)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당신에게 돌아가고 싶은 올 해의 ‘그날’은 언제인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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