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사치가 된 이 시대의 젊은이들... 슈베르트를 들으라
사랑도 사치가 된 이 시대의 젊은이들... 슈베르트를 들으라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07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 이채훈 글 / 사우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취업난과 관련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는 요즘, 청년들에게 결혼과 사랑은 사치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한 한 남자의 사연이다.

“여친이 기어이 집에 왔다. 아니, 집이라 할 수 있을까? 습기 찬 반지하, 파김치가 된 채 밤늦게 돌아와 가까스로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에 불과하다. 옹색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나중에 오라고 얘기했지만 여친은 괜찮다며 꼭 한번 오겠다고 했다. 커피믹스 한잔을 내놓았고, 그녀는 이렇다 할 말도 없이 앉아 있다가 밤이 늦었다며 서둘러 일어났다.” -52쪽

음악가의 인생을 우리 삶고 절묘하게 버무려 지치고 외로운 영혼들을 위로하는 <클래식, 마음을 어루만지다>(사우.2014)에 소개된 이야기다. 사연의 주인공은 영업사원 3년 차다. 그는 비전 없는 자신의 실상을 목격하고 여자가 등을 돌렸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주변인들이 만남을 반대해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 말에 그는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았다. 망설이는 여자 모습에 이별을 통보한다.

저자는 사랑마저 질식시키는 캄캄한 세상이지만 음악의 힘을 믿는다며 프란츠 슈베르트의 생애와 음악으로 위로를 전한다. 슈베르트는 평생 경제적으로 불우했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의 시기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시작은 음악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도 가난 때문에 첫사랑과 이별해야 했다. 하지만 슈베르트는 실연의 아픔을 작곡으로 치유했다.

당시 사회는 신흥 부르주아들이 떠들썩한 왈츠와 유흥을 탐닉하던 때다. 그는 이런 세속적인 사회 흐름과 무관하게 자신의 열정을 음악에 쏟았다. 고립감 속에서 오히려 마음속 황홀한 빛을 만난다. 그의 음악이 당시 시대와 자신의 처지와 다르게 낭만주의 음악의 특징을 보이는 이유다.

슈베르트는 서른한 살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650곡의 노래를 남겼다. 이 사실은 그가 음악가로 인정받기 위해 밤낮없이 애썼다는 말이다. 천재였지만 경제적인 성공은 늘 그를 비켜갔다. 육신은 가난했지만 낭만 교향곡의 꽃으로 여겨지는 <미완성>도 바로 이 무명시절에 작곡했다. 생에 마지막 해까지 작곡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남긴 유품은 피아노 하나와 옷가지, 신발 몇 켤레와 모자 하나가 전부였다.

책은 슈베르트의 생애를 전하며 사람 사는 길에서 ‘빵’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삶의 알맹이에는 ‘빵’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슈베르트에게는 그것이 음악이었다. 가난했지만, 마음속에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던 음악가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삶의 진정한 가치를 떠올려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