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알베르 카뮈의 어머니는 성폭행 피해자
[책속에 이런일이?] 알베르 카뮈의 어머니는 성폭행 피해자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2.07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남자> 김형경 글 / 창비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은 내면의 증상을 아들에게 물려준다. 20세기 위대한 작가로 일컬어지는 ‘알베르 까뮈’가 그 예의 하나다. 그는 청년기에 성폭행당한 어머니 곁에 누워 밤을 보내면서 죽음 같은 감정을 느꼈다. 그 느낌이 그의 작품 속에 ‘부조리’로 표현되곤 했다. 

“세계는 완전히 해체되어 버렸고, 동시에 삶이 매일 새롭게 시작된다는 환상도 사라졌다. 공부나 희망도 무의미해졌고, 어느 식당이 좋다거나 어느 색깔이 마음에 든다거나 하는 느낌도 존재하지 않았다. 질병과, 내가 그 속에 잠겨 있다고 느껴지는 죽음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p.140)

까뮈가 어머니의 성폭행 사건을 기술한 뒤 덧붙인 소회다. 그 사건은 한순간 인간의 정신을 죽음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밀어 넣는 일이었다. 남자의 심리에 대한 에세이 <오늘의 남자>(창비. 2015)에서 김형경 작가는 설명한다.

“성폭행 피해를 당 한 후 그와 관련된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여성이 내면 증상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남자들은 많이 놀라운 모양이다. (중략)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어려움을 떠안긴다. 성과 관련된 아내의 불안 분노가 가정 공간에 흩뿌려지기 때문에 남편 입장에서는 이유 모를 정서적 어려움을 떠안는다. 어머니의 불행한 내상이 마지막으로 흘러드는 곳이 어린 아들의 내면이다.“ (p.140~p.141)

‘햇빛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감옥에 갇혀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죽고 싶어하는 까뮈 소설 속 주인공의 심리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그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을지 안타깝다. 김 작가의 말대로 그의 글들 덕분에 죽음 충동을 억누르지 않았던 것일까. 새삼 느끼는 글의 힘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