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지식] 정책 실패를 부르는 '체스판의 오류'
[책속의 지식] 정책 실패를 부르는 '체스판의 오류'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2.03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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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러셀 로버츠 글 이현주 옮김 / 세계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세계 곳곳에는 실패한 정책이 많다. 여기에는 시스템에 갇힌 몽상가들에 의해 ‘체스판의 오류’가 일어나서다. 무슨 말일까.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서 쓴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세계사.2015)에 자세한 설명이 있다.

“시스템에 갇힌 사람은 이 거대한 사회의 구성원들을 자기 멋대로 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체스판의 말들을 손으로 배열하는 것처럼 말이다. 체스판의 말들은 오직 사람의 손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그러나 인간 사회라는 거대한 체스판에서는 모든 말 하나하나가 자율성을 갖고 있다. 즉 입법 기관이라는 외부적 힘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율성과 외부적인 힘, 그 두 가지가 서로 일치하고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인간 사회라는 게임은 편안하고 조화롭게 진행될 것이다. 게임의 결과 또한 행복하고 성공적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두 가지가 서로 반대되거나 다르다면, 인간 사회라는 게임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 사회는 최악의 무질서 상태에 처할 것이다.”-266쪽~267쪽, <도덕 감정론> 중에서, 재인용

책에 따르면 한마디로 시스템에 갇힌 사람이란, 특정 설계나 비전에 따라 사회를 다시 세우려 하는 지도자를 뜻한다. 이상적인 사회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그것이 이상적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한다. 이들은 체스판의 말을 움직이는 듯 사람들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체스의 규칙을 무시해버리고 자기 멋대로 여기저기에 말을 갖다 놓는다.

이런 행태의 결과는 미국 정부가 시도한 마약 전쟁의 실패가 대표적이다. 최악의 무질서 상태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마약 거리를 막으려고 체포와 기소라는 강경책을 동원했다. 체포와 기소라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 판매자들은 어마어마한 이익을 얻었고 판매자들끼리 고수익을 선점하려 경쟁하는 동안 폭력과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마약상뿐만 아니라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이어졌다. 결국 멕시코와 콜롬비아의 마약 전쟁으로 확대되고 아직도 상황은 복잡한 상태에 놓여 있다.

저자는 미국 정부가 체스판 위에서 맹렬하게 움직이는 말들을 억지로 통제하려고 했기 때문에 이 말들은 더욱 거칠게 움직였고, 중간에 쓰러지거나 아예 체스판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고 진단했다. 애덤 스미스와 저자의 말처럼 사회라는 거대한 체스판을 바꾸고 싶다면 강제적인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지도자들도 꼭 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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