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헌신, 기존 어머니 상 극복하려 했죠"
"맹목-헌신, 기존 어머니 상 극복하려 했죠"
  • 북데일리
  • 승인 2007.08.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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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엄마의 마흔번째 생일> 작가 최나미

[북데일리] 우주를 소재로 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삽화. 어린아이의 발랄함이 묻어나는 경쾌한 문장. <엄마의 마흔번째 생일>(청년사. 2005)의 겉모습은 여느 동화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하다.

하지만 그 속은 비범하다. 이 책은 어린이 문학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독특한 소재를 등장시킨다. 예를 들어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흔하게 겪는 ‘성차별 문제’나 ‘어머니이자 한 여자로서 겪는 역할갈등’ 이 그렇다.

13살 소녀 ‘가영’이의 눈을 빌려 ‘어머니’와 ‘여성’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고발한 작가 ‘최나미’. 그녀가 책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시도했다.

새로운 작품을 구상 중인 그녀와의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됐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1문 1답.

질)책은 ‘여성문제’라는 무겁고 논쟁적인 소재를 다루었습니다. ‘가영’이와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답)요즘은 과거와는 다르게 별거나 이혼 가정이 많아졌습니다. 그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이런 아이들이 스스로 건강하게 자기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회의 편견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또한 기존의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어머니 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어머니 상을 생각할 수 있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질)기존의 어머니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하면 맹목적 헌신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책은 적극적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립니다. 이렇게 쓴 의도가 있을 것 같은데요.

답) 어머니의 전형적인 모습에 대해 알고 싶어 이런저런 책을 읽던 중이었습니다. 어느 한 책에서 ‘모성은 문화적 산물’이라는 구절을 읽었지요. 순간 지금까지 사회에서 정형화된 엄마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다 자유롭고 한 개인으로서의 자아를 찾는 엄마 말입니다. 이런 생각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질)책에서는 정확히 마흔 살에 엄마의 변신이 시작됩니다. 여성에게 있어 마흔이라는 나이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답)여성에게 마흔 살은 젊지도 늙지도 않은 딱 중간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녀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의존 대상으로서의 어머니 역할이 더 이상 주가 되는 시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여성은 이 시기를 하나의 전환기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이 한 아이의 엄마나 남편의 부인이기 전에 한 인간이라는 자기 인식의 시기로 말이죠. 마흔은 이런 인식이 가장 적당한 때입니다. 그래서 작품 속에서도 엄마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때를 마흔 살로 설정했습니다.

질)작품 속 가영이의 부모님은 끝내 별거 상태를 유지합니다. 다시 보통의 가정으로 복구시킬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마무리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답)별거를 지속시키는 결말은, 작품의 첫 구상 때 이미 결정해 놓았던 상황입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별거에 묻히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질)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답)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다만 작년에 토지문화관에 있을 때 어느 작가 선생님이 왜 하필 동화 작가가 되었냐고 물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동화를 매개로 어린 시절의 내 모습과 소통을 시도하고 싶어 동화 작가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저는 지금의 나이가 될 때까지 아직 화해하지 못한 어린 시절의 모습에 대한 집착이 있는 듯합니다. 동화를 쓰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 ‘괜찮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계속 동화를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질)지금까지 세권의 동화를 발표하셨습니다.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만족 하시는지요. 이어 앞으로의 계획도 듣고 싶습니다.

답)사실 아직도 작가라는 말이 낯설 때가 많습니다. 아마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작가와 현재의 내 모습의 괴리감이 크기 때문에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는 듯합니다. 아직 ‘만족한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건 책이 나오기 직전의 두근거림이 좋고 독자들의 반응이 기대된다는 겁니다. 작가라는 직업을 택하지 않았으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겠지요. 10월에 새 책이 나올 예정입니다. 현재는 원고를 수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빨리 수정을 마치고 또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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